레오파드2·에이브럼스 우크라 투입에
서방 각국·나토 환영,추가 원조 가능성
폴란드·스웨덴·스페인·프랑스 등 합류
러시아 “전장에서 불태워 버릴 것” 경고

미국과 독일 정부는 25일(현지시간) 자국의 주력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레오파드2 1개 중대 규모 14대를 보내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10월 17일 독일 북부 오스텐홀츠의 연방군 군사기지에 레오파드2 전차를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독일이 자국 주력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부산일보 26일 자 12면 보도) 하기로 확정하자 서방은 일제히 환영했고, 유럽 다른 국가도 군사 원조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전차 지원 움직임에 “러시아를 겨냥한 도발”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드2 14대를 보내겠다고 밝힌 기사를 공유하며 “올바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프랑스산 경전차 AMX-10RC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AMX-10RC 지원 효과를 증폭시켜줄 독일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트위터에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한 큰 발걸음”이라며 “함께하면 우리는 더 강해진다”고 적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무총장은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 발표 직후 트위터에 “나토 동맹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단합돼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다른 국가도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현지 방송사 RTL에 “네덜란드의 (전차) 공여가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네덜란드는 독일에서 빌린 전차를 운용 중인데, 해당 전차를 구입해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도 독일산 레오파드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다고 화답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동맹국과 협력하겠다”며 전차 지원의 뜻을 피력했다. 폴란드는 자국에 배치된 레오파드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기 위해 독일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영국은 일찌감치 자국 주력 전차 챌린저2 14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북유럽 국가도 레오파드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스웨덴군은 120대가량의 레오파드2 전차를 운용 중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노르웨이도 내부적으로 레오파드2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와 1300km 이르는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다소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리적 특성상 직접 지원 규모가 크진 않을 수 있다”면서도 “유럽 국가 차원에서 공통으로 지원 패키지가 논의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최신 전차를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5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 또한 주력전차인 레오파드2 1개 중대 규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폴란드 등 다른 협력국에 수출한 레오파드2의 우크라이나 반출도 허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방 국가의 전차 지원으로 1년 가까이 끌어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양상이 바뀔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드2 전차는 세계 최강 전차로 평가받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운용 중인 T-72, T-80, T-90 전차의 성능을 압도한다. 전차는 공격무기도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동안 방어에 초점을 둔 무기 지원 때와는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 봄에 예상되는 러시아군 대공세에 맞서기 위해 서방 국가에 현대식 전차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전차 실전 배치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리고, 운용 병력 훈련에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보인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의 전차 지원에 경고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드2 탱크의 능력은 과대평가됐다”며 “나머지와 마찬가지로 전장에서 불타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