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남 괜찮은 전셋값도 4억 원” 가격 하락에 세입자 ‘갈아타기’↑
부산의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세입자들의 비싼 아파트로의 전세 갈아타기가 늘고 있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부산 5분위 주택(상위 20%)의 전세 거래량은 2519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 2114건에 비해 405건이나 늘었다. 12월의 5분위 거래량은 지난해 월 평균의 104.1%를 기록했다.
4분위(98.6%), 3분위(85.2%), 2분위(95.2%), 1분위(98.2%) 등 다른 분위 주택의 전세 거래량이 준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이는 전세가격 하락으로 기존 3, 4분위 세입자들이 4, 5분위 아파트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지인 문숙향 이사는 “부산의 전세가격이 2년 전 수준으로 많이 떨어져 여건이 훨씬 더 좋은 곳으로 이동 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최근에는 소위 부산에서 입지가 좋다고 평가받는 해·수·남(해운대구·수영구·남구) 지역에서도 4억~5억 원이면 괜찮은 전세 매물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5분위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3.3㎡당 997만 원으로 2년 전인 2020년 12월 1115만 원보다 118만 원 낮아졌다. 10.43% 줄어든 수치다. 4분위 아파트의 경우 2020년 12월에는 964만 원이었다. 2020년에 전세 계약을 하고 2년을 거주한 뒤 올해 새로운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수요자가 있다면 3.3㎡당 33만 원만 더 내면 5분위 아파트로 전세를 옮길 수 있는 셈이다. 2020년 당시에는 3.3㎡당 151만 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수영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도 “최근에는 30평형대 기준으로 4억~5억 원이면 '괜찮은' 아파트에 전세로 갈 수 있다. 1~2년 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그때와 비교해 체감적으로는 1억~2억 원 빠진 느낌”이라며 “임차인들도 학교 등의 문제만 없다면 같은 가격에 상급지 쪽으로 전세를 옮기려 하지 굳이 전세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택 매매가격도 낮아졌지만 전세 하락 폭이 더 크다. 부산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평균 71.3%였지만, 10~12월 전세가율은 68.2%로 낮아졌다. 전세가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전세보증금과 매매가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는 뜻이고, 전세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이사는 “5분위에 전세 입주를 하려면 어느 정도 자금 여유가 있다는 뜻인데 아직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 매매보다는 전세를 택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상급지로 갈아타는 추세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26일 발표한 ‘2023년 1월 4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부산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0.72%를 기록했다. 기장군(-1.74%)은 정관읍 위주로, 해운대구(-1.24%)는 우동과 재송동 주요단지 위주로, 연제구(-0.86%)는 연산동과 거제동 위주로 하락 폭이 컸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