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덤’도 떠넘기나… 원전 부지 내 ‘폐기장 설치’ 속도전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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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자위, 발의안 논의
‘건식 저장시설’ 공통 내용
“특별법 처리 앞둔 요식행위
영구처분장 확보 논의 필요”
지역 시민단체 강력 반발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등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등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국회가 26일 원전 지역 내에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을 짓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논의에 들어갔다. 원전이 위치한 지역에 핵폐기물을 저장할 임시시설까지 지어 수십 년간 보관하겠다는 논의가 지역민 의견을 외면하다시피 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돼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안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 대표발의안 등 3개 특별법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들 법안은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 또는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될 때까지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한다’는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다.


참석자 대부분은 포화 상태인 핵폐기물 저장시설 확보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 문제와 영구처분시설 설치 시점, 임시 저장 시기 등에서 이견을 보였다.

쟁점은 핵폐기물 영구처분시설 마련 시점을 2050년으로 10년 단축하고, 그전에는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확충해 수십 년간 핵폐기물을 보관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와 여야는 해당 지역 여론을 외면한 채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이날 공청회 역시 특별법 처리를 앞둔 요식행위에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마련 시점을 2050년으로 구체화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발의안을 두고 “전문가 입장에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2050년까지 처분시설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냐는 우려도 있고 굉장히 도전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기술적 개선을 하게 되면 2050년까지 운영하는 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 고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처분시설 설치 등의 시점을 구체화하는 데 동의를 표했다. 다만 정 교수는 “법안 일부에는 강제 조항 규정이 있는데 목표 시점 설정은 필요하지만 표현 방식은 의무 조항보다는 선언적 표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단체는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이 중간저장시설의 역할을 도맡는 데 이어 사실상 영구처분시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역 주민들은 법안 중 특히 (원전)부지 내에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법안 폐기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만일 법안을 통과시켜도 부지 내 저장시설 관련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와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밑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위원회 거버넌스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시민이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문 교수는 담당기관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정 교수는 중앙행정기관 형태의 관리위원회 설치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 대표는 “시민과 지역민이 주도권을 가져야 원전 내 핵폐기물 저장시설 설치 등에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시민 안전 등에 우선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며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와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부지 확보 마련 방안 등은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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