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이후부터 계속 속이 쓰리고 더부룩해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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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소화불량증, 과민성 장 증후군 등
명절 후유증으로 ‘위장 장애 질환’ 많아
튀김 등 기름진 식단과 스트레스가 원인


명절 연휴가 지나면 기능성 소화불량증·과민성 장 증후군 등 위장 장애 질환을 겪는 이들이 많다. 명절 연휴가 지나면 기능성 소화불량증·과민성 장 증후군 등 위장 장애 질환을 겪는 이들이 많다.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30대 A 씨. 평소 야식을 자주 먹고 커피 등 고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던 중 속 쓰림, 신물 오름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진료 후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으로 증상이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 설 연휴 친척들로부터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폭식과 음주를 했고 증상이 재발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평소 배변에 전혀 문제가 없던 20대 B 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시댁에 방문해 명절을 보냈는데, 연휴 5일 동안 배변을 못 해서 병원을 찾았다.


■명절 후유증으로 겪는 ‘위장 장애 질환’

명절 연휴 기간이 지나면 위장 장애 질환을 겪는 이들이 많다. 주로 기능성 위장 장애 증상인 기능성 소화불량증, 과민성 장 증후군 등이 많고, 스트레스성 급성(긴장성) 변비 또한 많이 겪는 질환이다.

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하준욱 과장은 “보통 이전에 비슷한 증상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환자들이 명절 연휴 동안 과식, 야식, 음주, 기름진 음식 섭취 등 생활 습관 변화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명절 차례 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증상이 악화해 방문하는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 기간 위장 장애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평소에 먹던 음식과 다른 식단이다. 우리나라 명절 음식의 대표 격인 전이나 튀김은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는 것으로 매우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다. 이 같은 고지방식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명절에는 평소에 비해 과식하기 쉽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끼니 해결이 큰 사회문제였으며, 이 시기를 지낸 어른들은 명절에 풍족하게 음식을 차려서 자손들을 배부르게 먹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명절에는 많은 사람이 한집에 모이는 경우가 흔한데, 명절 음식은 재료 준비부터 완성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하는 중간에 제때 화장실을 가기 힘들고, 화장실에 가려고 할 때 누군가 사용하고 있으면 배변 시간을 놓칠 수도 있다.


하준욱 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부산성모병원 제공 하준욱 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부산성모병원 제공

■불쾌한 복부 통증 ‘기능성 소화불량증’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내시경 검사를 포함한 진단검사에서 뚜렷한 이상 소견이 없으면서 상복부 중앙 부위의 지속적인 통증이나 불편감’을 가리키는 의학적 용어이다. 위의 운동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지방 식이, 매운 음식, 자극적인 음식 등 음식이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추측한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불쾌한 식후 포만감, 불쾌한 조기 만복감, 상복부 통증, 속 쓰림 등이 있다. 기질적인 이상을 감별하기 위해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권하며,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 검사를 한다.

하준욱 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치료법은 아직 병태 생리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아 환자 증상과 상태에 맞춰 치료하고 있다”며 “조기 포만감, 식후 팽만감 증상 환자에게는 고지방 식이, 밀가루 음식, 매운 음식을 피하도록 권하며, 위장관 운동 촉진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복부 통증, 속 쓰림이 있다면 감귤류와 같은 신 과일이나 과일 주스는 피하는 게 좋다. 커피, 초콜릿, 탄산음료 등에 포함된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위식도 역류를 유발해 속 쓰림을 일으킬 수 있다. 과식, 식후 바로 눕는 습관, 식후 격렬한 운동은 위산 역류를 유발해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속 쓰림의 경우 위산분비억제제 사용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치료제인 양성자 펌프 억제제는 ‘식전 복용’ 등 주의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이 개선된 치료제가 출시되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 장 증후군

과민성 장 증후군은 장의 기질적인 질환 없이 배변 습관 변화와 함께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지방 식이, 유제품, 글루텐(밀가루), 술, 담배, 카페인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며 스트레스가 배를 아프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증상만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혈변이나 체중 감소 등을 동반했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과민성 장 증후군도 정확한 원인 기전과 병태 생리가 밝혀져 있지 않아 증상을 경감하는 치료를 한다. 장의 운동 기능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장 운동 기능 촉진제나 진경제 계통의 약물로 증상을 조절한다.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요소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능성 장애임을 이해시키고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의 투여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과민성 장 증후군 치료법으로 ‘저(低) 포드맵(FODMAP) 식이’가 주목받고 있다. 포드맵은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을 뜻한다. 이들은 대장에서 미생물에 의해 쉽게 발효해 가스가 발생하고 설사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생마늘, 생양파, 양배추, 콩류, 사과, 배, 수박, 유제품 등이 해당하며,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가 이를 다량 섭취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하준욱 부산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보통 환자들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증상이 악화하는지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맞지 않는 음식을 알고 식단 조절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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