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 마스크' 본격화, 자율 방역 시대 활짝 열렸다
중국발 재유행 등 재확산 우려 상존
성숙한 시민의식이 가장 강력한 백신
30일부터 실내에서도 갑갑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한 발짝 다가선 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3년여 만이고, 2020년 10월 정부 차원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한 지 약 27개월 만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0일부터 대중교통과 병원, 약국 등을 제외한 학교와 유치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부분의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학교와 유치원, 유아원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얼굴 표정까지 보며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방역 정책을 따라온 시민과 의료진들의 희생 덕분이다.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확연하게 감소 추세에 있는 데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꾸준히 주는 등 코로나19 재유행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취약 시설과 의료기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혼선을 빚을 우려도 적지 않다. 교실에서는 착용 의무가 없지만 통학 차량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지하철 대합실에서는 권고 사항이지만, 열차 내에서는 착용해야 하는 등 혼란을 부를 만한 요인들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시행 초기에 적절한 홍보 활동과 행정 지도를 통해 각종 혼선을 신속히 잠재워야 한다.
이제 ‘확진자 7일 격리’를 제외한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조치는 모두 사라지게 됐지만, 방심은 이르다. 중국발 재유행 가능성과 전파력이 센 변이 출현 등 위험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의 겨울철 백신 추가 접종률은 정부 목표치(50%)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어 순간의 방심이 대량 확진으로 번질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방역 당국이 고위험군과 접촉한 경우나 환기가 어려운 실내, 다수가 밀집한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방역의 일차적 책임이 정부에서 개인으로 넘어간 것일 뿐 감염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코로나 완전 종식을 뜻하지는 않는다. 고령자 등 코로나 취약 계층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방역 노력이 절실하다. 잦은 실내 환기와 소독, 손 씻기 등 개개인의 자발적 방역이 더욱 중요해졌다. 코로나 환자와 접촉했거나, 의심 증세가 있는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하고, 고령자 등 감염 취약 계층 중 백신 미접종자는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자율 방역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27개월 만에 겨우 벗은 마스크를 다시 착용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스스로의 방역 책임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완벽한 일상 회복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백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