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엑스포 유치전, 가덕신공항 경쟁력에 달렸다
사우디 리야드 대규모 공항 추진 맞서
남부권 중추공항으로 조기 개항해야
올 11월 결정되는 2030월드엑스포(국제박람회) 유치는 부산의 사활이 걸린 핵심 현안이다. 월드엑스포 개최 도시를 확정할 국제박람회기구(BIE)의 부산 실사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BIE 실사단의 부산 방문은 4월 3~7일 예정돼 있다. BIE 실사는 부산엑스포 유치사업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사 결과 보고서가 BIE 171개 회원국 전체에 공개돼 개최지 결정투표를 위한 기본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최대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유치전에서 앞서가려면 BIE 실사에서 부산이 개최지로서 매력적이란 인상을 심고 좋은 평가를 받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부산엑스포 준비 상황을 부각시키고 국민의 유치 열기를 전달하는 등 BIE 실사에 잘 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와 함께 유치 경쟁국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에 따라 신속하고 긴밀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부산엑스포 유치나 개최에 필수 인프라인 가덕신공항의 2030년 이전 개항에 미온적이어서 과연 유치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BIE 부산 실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가덕신공항 조기 조성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건설공법을 둘러싼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런 걸 보면 부산엑스포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진행되는 정책이 맞는지도 의아하다.
안일한 자세로 한가롭게 있을 때가 아니다. 강력한 경쟁 도시인 사우디의 리야드가 2개 활주로가 있는 기존 킹칼리드국제공항 옆에 활주로 6개를 갖추고 연간 1억 2000만 명을 소화할 수 있는 초대형의 킹살만국제공항을 2030년까지 건설하기로 확정해서다. 건설 주체가 국가 실세로 엄청난 자본력을 가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여서 BIE 실사단의 입·출국조차 인천공항에 맡겨야 하는 부산으로선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사우디의 계획과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의 불투명한 전망이 자칫 실사단과 BIE 회원국들에게 부산의 공항 경쟁력이 미약하며 준비작업과 유치 의지도 미흡하다고 인식되는 원인이 될까 봐 걱정이다.
국토교통부의 가덕신공항 자문회의 위원 상당수는 정부의 조기 개항 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대구·경북 정치권이 추진하는 TK신공항에 대해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적극적 지원 움직임을 보여 대조적이다. 부산의 여당 국회의원 대부분은 이 같은 양상에 개입은커녕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답답하다. 더 이상 이래선 부산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안 된다. BIE 부산 실사와 불과 9개월 남은 유치사업의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공항 경쟁력이다. 가덕신공항이 남부권 관문 역할을 하는 중추공항 지위를 갖고 2030년 이전 개항이 가능하도록 범국가적으로 나서 속도를 낼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명운을 건 엑스포 유치를 공언한 만큼 리야드 신공항 추진에 맞서 기민한 대책 마련과 실행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