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낙동강을 건너는 법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세계의 큰 도시들은 대부분 강을 끼고 성장하였다. 강물이 도시의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면서 도시는 대개 남북이나 동서로 나뉘어져 있다. 어느 쪽이 먼저 발전되었느냐에 따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구분되기도 하고, 주거지역과 산업지역으로 기능이 분화된 곳도 있다. 그럼에도 도시의 양쪽은 각각의 특색을 지니면서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어 있다.
인구 300만이 넘는 대도시로서 부산도 낙동강을 끼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낙동강은 부산의 가운데를 흐르지 않았다. 낙동강은 부산과 인근지역을 가르는 경계였으며 그래서 부산 사람들은 낙동강을 건너가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서울이나 대구와 같은 전통적 도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도시의 계보는 매우 단절적이다.
세계적 도시들 큰 강 양안을 끼고 발전
낙동강 서쪽은 아직도 이질적 거리감
양안 경제적 통합 균형 잡힌 시각 필요
전통적인 도시를 대신하여 바닷가에 위치한 항만들이 주요 근대도시로 많이 성장하였는데, 이것은 근대화의 힘이 우리 내부의 힘이 아니라 바깥으로부터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인들의 이주가 활발하였던 부산에는 해양으로부터의 힘이 육지의 힘을 압도하면서 바닷가에서부터 도시가 만들어졌다. 낙동강을 옆으로 밀어 두고 부산이 발전했던 이유이다.
그 결과 급속한 근대도시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낙동강을 넘어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흔히 구포다리라고 불렀던 구포대교가 준공된 것은 1933년이었는데, 이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출발하는 구포에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았는데, 다리의 건설로 물자가 구포에 머무르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는 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이다.
부산 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인근 경남이 중화학공업 벨트로 성장하던 시기에도 구포다리는 부산과 경남을 연결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정말 이상하게도 1996년 1월 왕복 4차로의 구포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 구포다리는 부산과 인근 경남 지역의 화물과 세월의 무게를 혼자서 감당하여야 했다.
1978년 제4차 행정구역 확장 때 김해군 대저읍·명지면·가락면의 일부 지역이 부산시에 편입되고, 1989년 제5차 행정구역 확장 때 김해군 가락면·녹산면, 창원군 천가면이 부산시에 편입되었지만, 여전히 구포다리 하나에 의존하여 낙동강을 건넜다.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되어 물동량의 이동을 거들었지만, 하굿둑은 원래 안전한 식수의 취수가 목적이었고 온전히 물동량의 이동을 위한 교량은 아니었다. 아주 오랫동안 구포다리 하나로 견뎌 온 놀라운 사실의 이면에는 수도권 중심의 교통정책 탓도 있지만, 부산과 인근 지역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강하게 통합되어 있지 못한 사정도 작용하였다.
이후 부산의 가용 용지가 한계에 달하면서 낙동강 너머 넓은 땅을 활용하려는 노력들이 강력하게 대두되었고, 경남 지역으로의 물동량도 늘어나면서 낙동강을 넘는 일이 중요해지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낙동강에 다리가 건설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지금 낙동강에는 8개의 다리가 건설되어 있다. 지하철 3호선교와 부산김해경전철교를 포함하면 현재 낙동강에 놓여있는 다리는 10개에 이른다. 지하철과 철도 교량 4개를 포함하여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28개인 서울과 비교하여도,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이젠 숫자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그리고 낙동강 너머 강서의 빈 공간을 채워 가려는 큰 사업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명지지구에 인접한 지역에는 이미 에코델타시티가 건설되고 있고, 녹산산단 위쪽에는 국제산업물류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어 얼마 전 대저 일원에 조선·해양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연구개발특구 추진 일정이 구체화되었다. 이 사업들이 모두 추진된다면 강서의 큰 공간들은 사실상 모두 채워진다고 보아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서는 무언가 아직은 이질적이고 보조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구포다리 하나에 의존하였던 낙동강 다리가 10개로 늘어났지만 아직 낙동강을 건너는 사람들의 마음에 부산을 오간다는 느낌이 크지 않은 것이다. 물론 강서 지역의 곳곳을 채울 산업단지들이 모두 완공되고 나면 강서의 위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또 주거단지가 확충되면 인구의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낙동강 양안을 부산의 미래로 생각하는 것이다. 세계의 큰 도시들이 일찍부터 갖추었던 것을 부산은 아주 늦게 채워 가는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팽창의 시대가 아닌 축소의 시대에 이루어 나가야 한다. 서울이 한강을 건너듯이 부산도 낙동강을 건널 때 광역도시 부산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낙동강을 온전히 건너기 위해서는 낙동강 양안을 끼고 발전하는 부산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