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학교 가자~” 외칠 아이들이 없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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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올해 신입생 없는 초등학교 18곳
도서 벽지·군 단위 젊은부부 없는 이유
4년째 신입생 없는 곳은 폐교 위기 몰려
매년 증가 추세…대책은 ‘어려운 숙제’

최근 폐교한 경남 사천시 정동초등학교 신월분교 모습. 김현우 기자 최근 폐교한 경남 사천시 정동초등학교 신월분교 모습. 김현우 기자

경남지역에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늘고 있다. 주로 도서 벽지나 군 단위 학교인데, 인구가 늘지 않다 보니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

6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경남지역 초등학교 수는 분교 포함 524곳이다.

이 가운데 올해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18곳으로 전체 3.4%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통영시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함양·합천군 각 3곳, 의령·하동·산청군이 2곳, 거제시와 함안군이 각 1곳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올해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경남지역에서 신입생 없었던 초등학교 수는 2018년 7곳, 2019년과 2020년 각 9곳, 2021년 13곳, 지난해 11곳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10곳 안팎의 초등학교가 신입생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셈인데, 심지어 올해는 18곳으로 치솟았다.

서부경남의 한 농촌초등학교 교실 모습. 학생 수가 부족해 해마다 신입생 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 김현우 기자 서부경남의 한 농촌초등학교 교실 모습. 학생 수가 부족해 해마다 신입생 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 김현우 기자

몇몇 학교는 폐교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신입생이 없는 경남 초등학교 18곳 가운데 5곳은, 2년 연속으로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통영시 산양초 곤리분교는 벌써 4년째 신입생이 없다.

특히 산양초 곤리분교와 초계초 덕곡분교는 재학생이 각각 1명으로, 교직원이 학생 수보다 훨씬 많다.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신입생이 확보되지 않으면 두 학교는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

지금은 1~2곳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라면 당장 몇 년 뒤엔 10여 곳이 폐교될 운명에 놓이게 된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서 벽지 지역 분교나 군 단위 학교의 신입생이 없는 편이다”며 “농어촌지역의 젊은 세대 유입이 줄어든 자연적인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폐교된 학교 가운데는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된 곳도 적지 않다. 김현우 기자 폐교된 학교 가운데는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된 곳도 적지 않다. 김현우 기자

대책이 절실하지만 당장 신입생을 확보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일단 전체 초등학교 입학생 수 자체가 대폭 줄어든 데다 농촌학교 주변에는 젊은 층 주민을 찾기조차 어렵다.

갑자기 농촌 인구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

여기에 학교들이 대체로 교통이 불편한 도서벽지에 위치해 있어 인근 도시 학생들의 일시적 유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함양군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농어촌 초등학교가 자연친화적이고 주는 혜택도 많지만, 학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몇 년 뒤 학교가 없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학교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과 연계해, 이른바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 농촌 학교로 전학을 오면 학부모에게 주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주는 형태다.

실제 성과를 보인 사례도 있다. 함양 서하초등학교의 경우 3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10명 안팎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렸었다.

그런데 전학 오면 집도 주고 일자리도 알선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자 전국에서 신청자가 몰렸고 지금은 전교생 3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모든 학교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산에 한계가 있는 데다, 무엇보다 이러한 정책의 영향력이 대도시 집중화 현상이나 전체 학생 감소 추세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작은 학교 살리기 등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다. 일부 학생이 늘어나는 초등학교도 있지만 줄어드는 학교도 있다.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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