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깃든 ‘한·아세안 국가정원’ 거제서 싹튼다
3000억 투입 64만㎡ 규모 밑그림 나와
산촌간척지 일원에 4개 테마공간 조성
태국 등 아시아 10개국 대표식물 전시
시, 정부예타 통과 후 기본계획 등 박차
경남 거제에 조성될 ‘한·아세안 국가정원’ 기본 밑그림이 나왔다. 국비 3000억 원을 투입해 축구장 100개 면적에 한옥문화가 깃든 한국의 전통 정원을 중심으로 아세안 10개국 정취를 담는다. 연간 예상 방문객이 200만 명 이상으로,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개막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6일 거제시에 따르면 산림청은 최근 완료된 한·아세안 국가정원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 결과를 토대로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기재부는 내달 중 예타 대상사업 심사를 거쳐 조사용역에 착수한다. 용역 기간은 9개월로 연내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통해 채택된 산림관리 협력방안 중 하나다. 산림청은 2020년 12월,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경쟁에서 밀린 거제에 이를 대체 사업으로 제안했다.
대상지는 동부면 산촌간척지 일원이다. 계획면적은 64만 3000㎡. 크기만 놓고 보면 순천만(112만㎡), 태화강(83만㎡) 국가정원에 비해 작지만, 속은 더 알차다. 산림청은 기본구상에서 4개 테마공간을 준비했다. △아세안정원(23만 8000㎡) △산림문화숲(13만 9000㎡) △수생정원(13만 8000㎡) △평화정원(8만 6000㎡)이다.
아세안정원은 축제마당과 정원센터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인 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10개국 대표 식물을 전시한다.
산림문화숲에는 다원, 포레스트가든, 힐링로드를 만들고 수생정원은 생태습지, 평화정원은 상생과 화합을 주제로 특화한다. 여기에 각 구역을 잇는 모노레일(900m), 공중 보행로(510m)를 설치해 이동 편의를 돕는다. 주차장은 4만 2177㎡ 면적에 소형차 1168대, 대형차 26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했다.
사업비는 공사비 2050억 원에 용지비 420억 원, 수목 구매비 110억 원, 설계감리 등 부대비 190억 원을 합쳐 총 3000억 원 상당으로 추산했다. 전남 완도에 들어설 국립난대수목원(1475억 원)의 2배 이상이다. 방문객은 순천만, 태화강 국가정원 사례에 비춰 한 해 최대 228만 명으로 예상했다. 성수기 하루 최대 2만 2766명, 시간당 최대 7057명이 찾는다는 계산이다.
거제시는 올해 예타를 통과하면 2024년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5년 설계를 거쳐 늦어도 2026년 상반기엔 착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준공 목표는 2030년이다. 계획대로라면 순천만, 울산 태화강을 잇는 3호 국가정원이 탄생한다. 특히 1·2호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다 승격된 데 반해, 거제는 계획부터 조성·운영·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가 전담한 최초의 국가정원이 된다.
거제시는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남해안 관광산업의 거점으로 800만 부울경 주민에 질 높은 산림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폭넓은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가덕신공항과 연계한 남해안 해양관광벨트를 구축해 침체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의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아직은 구상 단계일 뿐,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사업비 등은 예타 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면서 “지금은 산림청, 정치권과 협력해 예타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