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당 민주주의 위기 부른 ‘이전투구’ 여당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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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입 논란에 인신공격 난무
비전으로 겨루는 공정한 경쟁 돼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5일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당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5일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당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대표를 새로 뽑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전투구 양상이다. 안철수 후보와 김기현 후보의 양강 구도가 가시화하면서 서로 간에 인신공격성 막말이 난무한다. 김 후보를 비롯한 ‘친윤’ 세력은 안 후보를 ‘반윤’으로 몰아세우는 한편 색깔론까지 동원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안 후보 측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선 승리를 이끌고 인수위원장까지 맡았던 안 후보를 어떻게 토사구팽 하냐며 반발한다. 그런가 하면 안·김 양강 구도의 균열을 노리는 천하람 후보는 친윤 인사들을 간신배라 직격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난장판이라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인데, 거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 논란까지 거세다.


이번 전당대회를 두고 “후보는 없고 윤심만 있다”는 쓴 말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은 ‘100% 당원 투표’로 당헌을 고쳤다. 상대적으로 국민적 평판이 좋았으나 윤 대통령과는 껄끄러웠던 유승민 전 의원을 의식한 조치라는 비판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대표 출마를 고집하던 나경원 전 의원을 지난달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직에서 전격 해임했다. 그 압박에 나 전 의원은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지난 2일엔 안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에서 해촉됐다. 이 역시 나 전 의원의 경우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정당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급기야 국민의힘 안팎에서 탈당·분당 이야기마저 흘러나온다. 김 후보의 후원회장이자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인사는 최근 “안 후보가 당선되면 윤 대통령은 탈당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후보에 대한 편파적 지지 논란과는 별도로, 대통령 탈당 운운은 그만큼 국민의힘의 분열상이 심각하다는 걸 방증한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이 6일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가 된다”고 말한 점도 그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현실성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당대회 이후 분당 움직임이 본격화할 거라는 예측도 있어 단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

비록 당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전당대회라고는 하나 정부의 국정 운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다.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폭탄 수준의 난방비 급등, 역대 최대 규모 무역적자 등 집권여당으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이런 판에 당 대표를 자임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리더십은 보여 주지 못하고 목불인견의 비루한 싸움에 매몰돼 있으니, 바라보는 국민은 한심하고 불안하고 참담하다. 이제라도 후보들은 각자의 비전으로 자웅을 겨루고, 윤 대통령도 확실한 중립 의지를 밝혀 정당 민주주의 훼손 논란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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