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신설 학교 용지 놓고 땅장사 골몰하는 LH
경직된 규정 해석 막대한 이자 부과
교육 특수성 따져 공적 역할 다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산 지역의 한 학교 매입 용지에 수십억 원 규모의 이자를 부과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LH는 최근 기장 정관신도시 택지 내 학교 용지를 매입하려는 고등학교에 2010년부터 매입 시점까지 민법상 연이자 5%를 더한 45억 원을 용지 매입 이자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자만 토지 원가의 60%에 육박하는 금액이 되는 만큼 사실상 학교 신축 이전은 불가능하게 된다. 학교 용지에 대한 이런 ‘이자 폭탄’은 현행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향후 다른 학교 설립 사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LH가 우리 사회의 미래 교육과 연관된 학교 부지 영역에서도 ‘땅장사’에 골몰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LH가 내세우는 논리는 국토교통부의 택지개발 업무지침이다. ‘택지개발 사업 준공 후 2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계약 체결일까지 민법상 이자를 가산해 공급할 수 있다’는 8항이 그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택지 준공 2년 안에 학교를 지어야 이자 폭탄을 피할 수 있는데, 학교 설립 특성상 이를 충족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는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여기엔 학교 설립의 원활한 지원을 위해 ‘학교 부지를 택지 조성자가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위 개념인 현행법을 무시하고 하위 개념인 국토부 지침을 임의로 해석하는 건 비상식적이다. 법률 개정 전인 2010년 이전 사례를 대상으로 해 위법은 아니라는 게 LH의 입장이지만 교육 분야의 특수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경직된 적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LH가 이자 부과를 공식화하자 당장 부산 지역 신도시의 다른 학교들도 답답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자 부과로 설립 비용이 증가하면 교육부 심사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정관신도시뿐 아니라 명지국제신도시를 포함한 LH 조성 택지 내 학교 5곳이 향후 신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후 학교가 부족한 다른 곳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만큼 지역 입장에서는 실로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LH가 본분을 잊고 땅장사에만 혈안이라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택지개발 사업에서 주민 기반시설이 들어설 공원·법원 등의 부지를 편의껏 용도 변경하거나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둬 공공기관의 역할을 방기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더해 학교 설립이라는 우리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영역에서조차 사람보다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그럴 일인가. 아전인수식 규정 해석으로 지역의 소중한 돈을 가져가는 것이니 중앙 정부기관의 횡포로까지 비친다. LH는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내부 지침 수정, 전향적 규정 적용을 통해 공적,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을 보여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