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후 수도권행 ‘철새’ 의대생에 부산 의료 공백 우려
3년간 의대생 57명 중도 탈락
타지역 출신 입학생이 대다수
수도권 의대 목표로 재수 선택
졸업해도 전공의 때 ‘탈부산’ 시도
업무 가중·인력난 악순환 골머리
부산대 정원 80% 지역인재 뽑기로
지난 3년간 부산의 의대생 57명이 졸업 이전에 중도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도 탈락 인원의 대다수가 다른 지역 학생인 것으로 나타나 각 대학은 지역인재 선발 의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6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최근 3년간 의학계열 중도 탈락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부산에서 총 57명의 의대생이 중도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중도 탈락한 학생 수는 △고신대 19명 △인제대 19명 △부산대 12명 △동아대 7명이었다. 중도 탈락은 자퇴, 미등록, 미복학, 유급 등의 이유로 대학 입학 후 졸업하지 않은 학생을 말한다. 의대의 경우 중도 탈락 사유 중 자퇴가 80~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최근 3년간 의대 중도 탈락자는 561명이었다. 이 중 지방권 소재 의대 학생은 416명으로 전체의 74.2%를 차지했다. 중도 탈락자 10명 중 7명은 지역의 의대생이었던 셈이다. 최근 3년간 의대 중도 탈락자가 가장 많은 상위 5개 대학 중 4개 대학이 지방권 소재 대학이었다. 이는 의대뿐 아니라 치대, 한의대, 수의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지역 출신 학생이 지방권 의대에 합격한 뒤 다시 시험을 쳐 서울·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방권 소재 의대에서 지역인재 40%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대부분 수시에서 선발한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은 다른 지역 출신 학생이 정시에서 지방권 의대에 합격한 이후 재수나 반수를 하면서 수도권 의대에 재도전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 대학의 의대생 이탈이 고스란히 지역의 의료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 출신 의대생의 경우, 중도 탈락률을 높이고 졸업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반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학생은 졸업한 학교의 대학병원 인턴·레지던트 등의 전공의로 가는 경우가 많다. 부산 A의대 교수는 “다른 지역 학생이 수도권 등으로 이탈하다 보니 대학병원의 인턴이나 레지던트 수급이 힘든 상황”이라면서 “전공의가 당직을 못 하게 되면 응급실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고 전문의 업무가 가중되다 보니 전문의가 이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부산의 의대들은 지역인재 선발 인원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부산대는 2023학년도부터 의예과 수시 정원의 100%를 지역인재 전형으로 뽑는다. 입학정원 125명 중 100명을 부울경 출신으로 뽑는 것이다. 지역인재 전형 지원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소재하는 고등학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가능하다. 동아대는 입학정원 49명 중 40명을 지역 인재로 뽑고 있다. 지역 의대가 지역민의 건강과 생존을 책임지는 의료인을 양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B대학 의대 관계자는 “지역인재로 뽑은 학생은 다른 지역 학생에 비해 중도 탈락률이나 졸업 후 이탈률이 확실히 낮은 편”이라면서 “우리 대학의 경우도 지역인재 전형을 늘린 이후부터 중도 탈락률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역인재를 뽑더라도 지역 의료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관계자는 “지역인재 전형으로 뽑는다고 해도 이탈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전반적인 의료 환경을 개선해 의대생이 지역에 남고 싶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