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잡음 속 부산 금융 공기업 사장 인선 마무리 수순
윤석열 대통령 캠프서 활동
‘은행 전문가’ 이순호 후보 유력
예탁원, 비공개 진행 논란 키워
HUG 차기 사장엔 박동영 내정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 공기업 수장 교체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내정설이 나오고 있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명 제청을 앞둔 상황이다. 다만 예탁결제원 차기 사장 인사를 두고는 뒷말이 무성하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 인사가 유력한 까닭에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후보 11명 가운데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우리은행 출신 김경동 전 사장 이후 유재훈·이병래 전 사장과 이명호 현 사장 등 최근 3차례에 걸쳐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가 연달아 사장으로 임명돼 이번에도 비슷한 기류가 이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실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여기다 이 실장이 은행분야 위주로 연구해 온 ‘은행 전문가’라는 점도 유력설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2006년부터 현재까지 금융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걸어온 길을 보면 주식과 채권 예탁 등 자본시장 업무를 담당하는 예탁결제원과 다소 거리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실장 유력설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실장은 지난해 대선 국면 당시 윤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 분야 싱크탱크에서 활동했다. 이 실장과 김 부위원장은 대학 동기다. 이 실장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예탁결제원이 불공정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예탁결제원은 신임 사장 공개 모집과 함께 자체 심사 기준을 공개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점을 부각했지만 정작 일정이나 지원자 등을 비공개에 부쳤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공공기관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그 수장을 뽑는 절차는 내부 규정을 이유로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며 “공기업 운영의 투명성이 중요하듯 수장 선임 절차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일정 부분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총회와 금융위원장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인선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HUG 차기 사장에는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내정됐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지난 3일 HUG가 추천한 차기 사장 후보인 박 부사장을 최종 사장 후보자로 심의·의결했다. HUG 사장 선임은 해당 기관에서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가 사장직에 공모한 이들을 평가해 공운위에 후보를 추천하면 공운위가 최종 후보를 심의·의결하는 구조다.
박 전 부사장은 1987년 쌍용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업계에 몸담아온 증권맨이다. 살로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를 거쳐 대우증권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다. 2014년에는 대우증권 사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대우증권을 떠난 뒤인 2016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 전 부사장 부친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문교부(교육부 전신) 장관을 지낸 박일경 씨다.
박 전 부사장의 내정 여부는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기재부에서 의결한 사안인 만큼 이변은 없을 전망이다. 주주총회 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청하면 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