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살 돈도 없이 사업자 선정? ‘서부산 거점공공병원’ 난항 [표류하는 서부산의료원]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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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의료 격차 해소 핵심 사업
시, 국회 예산 심사 절차 누락 탓
정치권 ‘쪽지예산’ 노력도 수포
올 우선협상자 선정 예고 불구
2027년 개원 계획 차질 우려

부산시가 서부산의료원 건립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 민간 사업자를 먼저 선정할 것으로 보여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서부산의료원 건립 예정 부지. 작은 사진은 서부산의료원 조감도. 정종회 기자 jjh@·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서부산의료원 건립 부지를 확보하지 않고 민간 사업자를 먼저 선정할 것으로 보여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서부산의료원 건립 예정 부지. 작은 사진은 서부산의료원 조감도. 정종회 기자 jjh@·부산시 제공

부산의 공공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고 동·서부산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돼 온 서부산의료원 건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시는 서부산의료원 부지 확보를 위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채 올해 의료원 건립을 맡을 민간사업자 선정을 예고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부지 매입을 위한 가격 협상에서는 상당수의 부지를 소유한 사하구청과 갈등을 일으켰고, 사업비 증액 과정에서는 기획재정부와 충돌했다. 또 시비로 추진돼야 하는 부지 매입에는 올해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9일 시와 기획재정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 시는 서부산의료원 건립을 위한 부지 매입비를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올해 부지 매입비로 편성된 것이 없다”면서 “부지 매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예산이 없어 곤란하다”고 밝혔다.

서부산의료원은 시가 서부산에 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질환센터, 감염병예방센터 등을 갖춘 재난의료 거점공공병원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동·서부산의 의료 격차를 줄이고 점증하는 공공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서부산의료원 건립은 2015년 시가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식화됐다. 이듬해인 2016년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 예정 부지도 확정했다. 서부산의료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한 사업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지난해 11월 “부산의 공공 보건·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마중물”이라며 서부산의료원 건립 의지를 다시 밝혔다.

그러나 서부산의료원 건립은 부지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부산의료원 사업 부지는 사하구와 부산교통공사 소유다. 시는 당초 사하구청에 ‘무상 양여’를 요구하다 실패했고, 최근 ‘공시지가 매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시의 민간투자심의위원회 심의를 하면서 공시지가 매입을 조건으로 달았기 때문이다. 부지 가운데 사하구 소유 부지의 공시지가는 164억 원, 교통공사의 토지는 20억 원이다. 문제는 사하구가 공시지가 매도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사하구는 “공익사업에서 보상에 의한 토지 취득의 경우 개별 공시지가가 아닌 감정평가에 의한 지가를 원칙으로 한다”면서 시의 ‘개별 공시지가’ 매입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하구는 해당 토지의 감정평가가 이뤄질 경우 지가가 400억 원 정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시는 또 지난해 국회 예산 심사에서 서부산의료원 사업비 증액에 나섰다가 절차를 지키지 않아 결국 증액에 실패했다. 시가 한도 증액을 위한 필수 절차인 보건복지부 심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의 서부산의료원 확보 계획에 공감한 지역 국회의원들이 다각도로 노력을 펼친 덕분에 기획재정부도 증액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는데 결국 절차 미준수로 예산을 따내지 못했다.

현재로는 시가 사업비는 물론 단기간에 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는 상황인데도 시는 후속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부산일보〉가 확보한 시의 ‘서부산의료원 임대형민자사업 추진’ 자료에는 시가 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땅도 없이 건물을 지을 사업자 선정에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사업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도 당초 2024년 착공, 2026년 개원 방침을 밝혔다가 최근 2025년 연말 착공, 2027년 연말 개원으로 계획을 늦췄다. 토지 매입 등이 늦어질 경우 2027년 개원도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는 땅도 없이 추진하는 사업자 선정과 관련 “우선 사하구청에서 토지사용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하구청은 “원칙적으로 사하구와 토지 매각 등에 대한 협약을 이룬 이후에나 토지사용 허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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