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사고 20% 감평서 이용… 웃돈 주고 ‘감정평가액’ 부풀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사고가 발생한 주택 20%가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감정평가서를 활용한 전세보증사고액은 1년 새 3.6배 급증해 2000억원을 넘어섰다.
12일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전세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지난해 2234억원(960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사고 금액은 8억원, 2019년 22억원, 2020년 52억원, 2021년 662억원으로 2021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보증사고는 대부분 다세대주택(빌라)에서 일어난다. 지난해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보증사고에서 빌라 사고액이 1678억원으로 75.1%를 차지했다. 이어 오피스텔 342억원(15.3%), 아파트 145억원(6.5%) 등이었다.
HUG는 전세 보증보험 가입 심사를 할 때 감정평가 가격을 최우선으로 인정하고, 이후 공시가격의 140%와 실거래가를 차례로 적용해왔다.
그런데 공시가와 실거래가가 없는 신축 빌라의 경우 감정평가 가격을 그대로 인정해줬다. 감정평가법인은 집주인이 자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그러자 전세사기범들이 감정평가사에게 웃돈을 주고 평가액을 부풀려 전세금을 높였다. 전세대출도, 보증보험도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나오기 때문에 평가액을 높이면 세입자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지난해 전체 보증사고 1조 1726억원(5443건) 중 19.6%는 이같이 감정평가서를 이용한 사고액이었다.
이같은 문제가 드러나자 지난달 말부터 정부는 전세보증보험 가입 때 감정평가 업무를 HUG에서 지정한 감정평가법인 40곳에서만 진행하도록 했다.
또 보증보험 심사 때 주택 가격을 공시가격의 140%→실거래가→감정평가 순으로 인정해 감정평가액을 우선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신축 빌라의 경우 평가액의 90%만 인정하기로 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