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공간에 공유오피스형 ‘부산 예술가의 집’ 만든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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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세나협회 9일 정기총회
메세나 활성화 지원, 협회 이관
‘문화예술 진흥 거점’ 조성 나서
최진석 교수 강연 메세나 포럼도


제2회 부산메세나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백정호 회장. 김은영 선임기자. 제2회 부산메세나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백정호 회장. 김은영 선임기자.

출범 2년 차를 맞은 부산메세나협회가 ‘부산 예술가의 집’을 신규 사업으로 확정하는 등 체계적인 예술 창작 활동 환경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메세나 의의와 가치 확산을 위해 ‘부산 메세나 대회’를 추진한다고 공표했다.

부산메세나협회(회장 백정호·동성케미컬 회장·KBS교향악단 이사장)는 지난 9일 오후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부산메세나협회 2023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확정했다. 메세나협회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예술지원 매칭펀드 지원사업’은 지난 한 해 동안 27개 기업이 26개 예술단체에 총 6억 68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음악이 11건(42.3%)으로 가장 많았고, 연극 9건(34.6%), 무용 3건(11.5%), 미술 2건(7.7%), 사진 1건(3.8%) 순이었다. 지정 기부 사업은 19개 예술단체 21개 사업에 총 2억 80만 원을 후원했다.

예술지원 매칭펀드만 하더라도 올해는 부산문화재단 메세나 활성화 지원 사업이 메세나협회로 이관돼 총예산도 9억 8000만 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10개 이상 회원사 참여를 유도하고, 50개 이상 예술단체의 결연을 유치하는 목표를 세웠으며, 1000만 원 미만 소액 후원도 확대하게 된다.

관심이 집중된 부산 예술가의 집 신규 사업은 오는 4월 출범을 목표로 기초자치단체의 유휴 공공 공간을 찾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의 집’처럼 예술인이 모여 창작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가꾸려고 한다. 특히 예술행정이나 정보에 어두운 지역 예술인에게 다양한 공공·민간 지원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 지원을 하는 등 문화예술 단체의 공유오피스 구축과 문화예술 진흥 거점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다. 부산 메세나 대회는 메세나협회가 일군 한 해의 성과를 공유하며 예술단체 공연, 2024년 사업 설명회, 메세나 사례 발표 등 메세나 가치를 나누는 축제가 될 전망이다.

부산메세나협회는 문화예술을 통한 아름다운 공헌에 앞장서고자 부산 지역 기업들이 뜻을 모아 2021년 11월 13일 창립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현재 동성케미컬 외에 고성관광개발·대선주조·대진단조·대한제강·동성모터스·동진로직스·부산센텀병원·부산은행·서번산업엔지니어링·스타우프코리아·아이윈·윈스틸·지맥스·지비라이트·태광·태웅·화승네트워크·TKG태광 등 41개 회원사가 함께하고 있다.

백정호 회장은 올해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를 초청받아서 다녀온 소회를 전하면서 “하나의 음악회라기보다는 오스트리아가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던지는, 엄숙한 국가 문화예술 행사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회장은 “문화예술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기에 부산메세나협회가 출범한 지 비록 1년여밖에 안 되지만 향후 5년, 10년 후 문화예술 도시 부산의 부흥을 생각하며 기업과 예술의 가교를 놓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제2회 부산메세나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겸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김은영 선임기자. 제2회 부산메세나 포럼 강연자로 나선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겸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김은영 선임기자.

정기총회를 마친 뒤에는 같은 장소에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겸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을 강사로 초빙한 가운데 ‘문화예술, 궁극의 힘’을 주제로 제2회 부산 메세나 포럼을 열었다. 이날 총회와 포럼에는 회원사 대표자와 지역 문화예술 인사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최 명예교수 강연 외에도 피아니스트 김성주를 초청한 가운데 작은 음악회를 열고, 고은사진미술관 이재구 관장 해설로 현재 전시 중인 ‘황규태-사진에 반-하다’를 다 함께 감상했다.

특히 최 명예교수는 “시선의 높이가 곧 삶의 높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해 “이 시선을 어떻게 인문적이고 문화적이며 예술적인 높이로 상승시키는가가 그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이자 근본적인 승부처가 될 것”이라면서 선진국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예술이 가진 궁극의 힘 ‘감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 명예교수에 따르면 법학이나 정치학에서 나온 인사이트(insight·통찰, 즉 본질을 꿰뚫어 봄)로 한 사회를 다루는 후진국이 있는가 하면, 그다음 단계로 등장하는 경제학이 중심이 되는 중진국 사회, 이것으로도 컨트롤이 안 될 때는 최종적으로 인문적 시선, 문화적 시선, 예술적 시선 중심의 인사이트가 작동하는 선진국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호모 사피엔스, 호모 루덴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폴리티쿠스, 호모 에코노미쿠스 등 인간을 정의하는 여러 표현이 있지만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기준만 다를 뿐 결국 통칭하면 ‘인간은 문화적 존재’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인간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문화적 존재보다 근본적인 것은 없다고도 단정했다.

다만, 인간이 하거나 만드는 것에서 실용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데, 알고 보면 그 실용이라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만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면(가치)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고 있는데, 그 말인즉슨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말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최 명예교수는 설명했다.

한편으로 그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적 번영은 한 도시가 오케스트라 몇 개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서 “이 번영이 확장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번영을 설명할 수 있는, 혹은 이끌 수 있는 시선의 높이, 영혼의 높이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최 명예교수는 “문화와 예술의 힘이 인간의 수준 혹은 삶의 수준을 어떻게 상승시키는지 알게 됐고, 무엇보다 감동을 받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인식하게 됐다”면서 “가장 수준 높은 감동이야말로 바로 예술적 감동”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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