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주가, 올해 49% 급등… 주주 행동에 ‘널뛰기’
하이브, SM 지분 14.8% 인수 공시
10일 SM 주가 16.45% 급등
행동주의 펀드 KCGI 지분 매입
오스템임플란트, 주가 상승 자극
3월 주총 앞 소액주주 연대 활발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행동 대상이 된 기업 주가가 대부분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변동이 생기거나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기업은 주가가 급등했지만 주주 제안을 거부한 경우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11만 4700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49.54% 급등했다. SM은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일감 몰아주기’ 등 형태로 부당한 이득을 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의 공격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18.60% 뛰었고, 지난해 말 계약 조기 종료에 이어 이 씨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가 끝나는 등 얼라인의 요구가 실현되면서 주가가 추가 상승했다.
특히 10일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SM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하자 다시 16.45% 급등했다. 이로써 K팝 업계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엑소, NCT 등을 한 지붕 아래 거느린 초대형 ‘공룡’ 기획사 탄생을 앞두게 됐다. 원래 SM 1대 주주인 이수만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번 거래를 통해 단숨에 최대 주주에 등극한다. 앞서 카카오는 9.05%를 확보하는 유상증자를 골자로 SM과 손을 잡았지만, 하이브가 이수만과 손을 잡고 단숨에 이를 제친 것이다.
SM 외에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사모투자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공개 매수를 진행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35.99% 상승했다. MBK·UCK 연합이 인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과거부터 오스템임플란트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최규옥 회장 퇴진 등을 주장해 온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간섭을 시도한 것도 주가 상승을 자극했다.
이와 반대로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주주행동을 벌인 KT&G의 주가는 올해 들어 4.15% 하락했다. 지난달 27일 KT&G가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사외이사 확충 요구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2.49% 하락했고, 이후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이 합심해 주주제안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현재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제안을 한 기업은 DB하이텍, 사조산업, 알테오젠, 오스코텍, 이수화학 등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들 기업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최근 기업 이사회는 과거와 비교해 소액주주의 의견에 수용적인 편이지만, 근본적인 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정한 상법상 의사의 충실의무(382조3항)가 걸림돌로 꼽힌다.
이와 관련,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용우·박주민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의원은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도록 했고, 박 의원은 회사뿐 아니라 ‘총주주’도 위하도록 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현행 상법상 특정 안건이 회사에 유리한 것이라면 일반 주주들은 손해를 입어도 소송 등에서 이기기 어렵다”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사회가 회사나 지배주주만을 위해 일방적으로 일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인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