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뛰쳐나와 미술관으로 간 ‘형광’ 송사리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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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개발 유전자변형 송사리
생명공학 양면성 다룬 작품 일환
부산현대미술관서 시민에 공개

14~19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친숙한, 기이한’ 전시의 일환으로 공개되는 유전자변형 형광 바다송사리.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14~19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친숙한, 기이한’ 전시의 일환으로 공개되는 유전자변형 형광 바다송사리.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유전자 변형으로 ‘형광빛’을 띠는 바다송사리가 연구실 대신 미술관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부산현대미술관은 14~19일 5일간 부경대학교와 협력해 유전자변형(GM) 형광 바다송사리를 만나볼 수 있는 ‘GM 바다송사리를 이용한 생명공학 이야기’ 전시와 강연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깊게 스민 불안을 다룬 현대미술작품을 선보이는 ‘친숙한, 기이한’ 전시와 연계해 기획됐다.

GM 형광 바다송사리 전시는 참여작가 중 한 명인 허쉬만 리슨의 작품 ‘무한한 동력’의 일환이다. ‘무한한 동력’은 생명공학 기술의 양면성을 표현한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유전자 조작 관상어를 작품에 포함하려 했으나, 관련법 때문에 한국으로 들여올 수 없었다. 2008년 국제협약인 카르타헤나 의정서 이행을 위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의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유전자 변형 어류의 유통과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 유전자 변형 동식물과 달리 해상생물은 일단 방출되면 통제가 거의 불가능해 더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 3개월 전시 동안 미술관이 이들의 개체 수 보존과 안전 관리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부경대 수산생명과학부의 도움을 받아 GM 바다송사리를 전시장으로 가지고 올 수 있었다. 부경대는 2010년에 형광단백질 유전자를 이용해 유전자 변형 바다송사리를 개발했다. 유전자 변형 물고기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샘플 방식으로 개발된 것이다. GM 형광 바다송사리는 주로 연구용으로 사용되며 실험실에서만 볼 수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렵다. 부경대 측은 전시와 별개로 오는 18일 오후 2시 유전자 조작 기술의 동향과 전망에 대한 강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남윤권 부경대 수산생명과학부 교수는 “전시에서 선보이는 GM 바다송사리는 GM 물고기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관리의 안정성과 환경 위해성 등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며 “미술관 측의 요청으로 연구실 밖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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