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한국 음식과 요리 문화가 가야 할 길은?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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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정신/박영봉

요리의 정신 요리의 정신

<요리의 정신>은 우리 음식과 요리 문화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김치, 된장 등 우수한 한국의 식재료는 물론이고 먹방, 상차림, 요리인, 문학 등 요리를 둘러싼 문화를 보여준다.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3장 ‘문학으로 음미하는 요리’이다.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 책에는 16~17세기 요리의 미학이 담겨 있다. 장계향 선생이 후손들을 위해 일흔이 넘어서 지은 책으로 아시아 최초의 여성 음식조리서이다. 책 이름은 음식의 맛을 아는 법, 좋은 음식 내는 법 등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음식디미방’에는 양반가의 음식 146가지의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얇게 저민 생선살에 녹두가루를 입혀 말아낸 어만두, 돼지고기를 도톰하니 적당한 크기로 썰어 기름간장에 재워 밀가루를 입혀 요리한 가제육 등 낯선 레시피들이 많다. 저자는 장계향 선생이 기록의 의미를 알았다는 점에서 선각자라고 평한다. 기록을 넘어서는 역사는 없기 때문이다. ‘음식디미방’은 그것만으로도 한국음식의 미래였고, 지금의 요리인들이 새길 만한 정신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요리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인 ‘먹방’이 음식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결여돼 있다고 우려한다. 먹방이 음식을 한가득 쌓아 놓고 빠르게 많이 먹는 것을 중시해 요리의 질과 미보다는 양으로 승부한다고 지적한다. 또 김치의 세계화가 K푸드의 과제라고 말한다.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임지호 요리사와 일본 현대요리의 혁명을 이끈 기타오지 로산진처럼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구축한 요리인들을 조명하며 요리인이 가야할 길을 보여준다. 박영봉 지음/산지니/224쪽/2만 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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