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신업계에 못마땅한 대통령실 “충분치 않다” 재차 압박
“데이터 30GB로 소비자 부담 경감 되나” 추가 대책 촉구
은행권 10조 원 사회공헌 프로젝트에도 "심각성 몰라"
대통령실이 16일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민생경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융·통신업계를 재차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과점 체제의 폐해’를 언급하면서 특단의 조치를 지시했지만 업계 대책이 미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동통신 3사가 제시한 통신비 부담 완화 대책과 관련, 실질적인 소비자 요금 인하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한 달 동안 데이터 30GB(기가바이트)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데 그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데이터 30GB를 찔끔 준다고 해서 서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라며 “이 정도로 대충 넘어가려 하면 국민이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신사들이 그동안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워온 구조를 고려할 때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임시방편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상한 각오로 마련한 대책이라 볼 수 있나”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어제 대통령으로부터 소비자들이 체감 가능한 방안을 더 주문받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 3사가 은행과 마찬가지로 높은 진입장벽 속에서 과점 혜택을 누리면서 정작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담합으로 인한 천편일률적인 요금제 때문에 서민과 취약계층이 알게 모르게 상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현재 제4 이동통신으로 표현되는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또 은행권이 비상경제민생회의 직후 3년간 10조 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뒤늦게 내놓은 데에도 냉담한 반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사회공헌 같은 이벤트성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은 아직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