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성이 만든 ‘혼행’ 여성 앱 190개국 사용… 세계서 통했다
UN 관광 스타트업 대회에서 대상
앱 ‘노매드헐’ 정보 검색 등 쉬워
50개국 여행한 대표 경험서 탄생
30대 부산 여성이 ‘혼행(혼자 여행)’하는 여성을 위해 만든 앱이 UN세계관광기구의 세계 스타트업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앱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20년 초에 만들어졌지만, 현재 190개국 3만여 명이 사용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여성 여행자 앱 ‘노매드헐(Nomad Her)’은 16일 UN세계관광기구(이하 UN)가 주최한 제2회 ESG 관광 스타트업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UN이 전 세계에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관광 업계를 이끄는 스타트업을 선정하기 위해 개최했다. 올해는 120개국에서 2000여 개 업체가 지원했다. UN은 이 중 13개국 15개의 스타트업을 최종 대상으로 선정했다. 노매드헐은 한국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수상자에 포함됐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기업 한 곳과 함께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UN이 선정한 6개 부문 중 ‘우먼 임파워먼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해당 부문은 여성의 권리 향상 등에 기여한 점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시상식은 올해 말 UN 본부에서 열린다.
노매드헐은 부산 출신 김효정(30) 대표가 만들었다. 김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세계 50여 개국을 다닐 정도로 여행을 좋아했다. 여성 혼자 세계 곳곳을 다니다 보니 새벽 시간 기차 플랫폼에서 술 취한 사람이 깨뜨린 술병을 들고 다가오는 등 위험한 일을 겪기도 했다. 그는 자연스레 ‘여성 혼자서 하는 안전한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처럼 노매드헐은 세계를 유랑한 김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때마침 여성 혼자 여행하는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세계적 변화의 흐름도 잘 짚었다. 노매드헐은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노매드’(nomad)와 그녀라는 뜻의 ‘헐’(Her)의 합성어로 김 대표가 지향하는 기업 가치를 담았다. 앱에 가입하면 여성 여행 동행자를 찾거나 현지 여성이 알려 주는 로컬 여행 정보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노매드헐의 세계적인 인기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 18일에 앱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김 대표가 앱을 만든 직후 세계적으로 팬데믹 상황이 왔지만, 많은 이가 앱의 필요성에 공감해 현재까지 190여 개국으로 전파됐다. 노매드헐은 프랑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24곳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노매드헐은 이번 수상의 혜택으로 세계 최고 관광 대학 중 하나인 스위스 레로쉬 대학에서 3개월 동안 스타트업 관련 지원도 받는다. 김 대표는 “72세 여성이 혼자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앱을 통해 물었을 때와 김포에 사는 17세 고등학생이 ‘꼭 혼자 여행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노매드헐의 존재 가치를 새삼 느꼈다”면서 “자유, 여성, 함께라는 가치를 통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보다 많은 여성이 편리하게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