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시절 얼려둔 난자로 결혼 후에 임신 성공”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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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 시대 관심 높아지는 ‘난자 냉동’
여성 가임력은 35세 이후 뚝 떨어져
미혼인 경우 건강보험 적용 안돼 부담

최근 ‘만혼’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출산 시기 역시 늦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난임에 대비하기 위해 난자 냉동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만혼’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출산 시기 역시 늦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난임에 대비하기 위해 난자 냉동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결혼은 언제 할지 모르겠지만 늦어지더라도 아이는 낳고 싶어요.” 현재 미혼이지만 아이를 낳을 계획인 여성이나, 결혼했지만 당장 출산 계획이 없거나 난임을 겪는 부부 중에서 ‘난자 냉동’을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난자 냉동을 시술했다고 밝힌 아나운서 임현주는 SNS에 “비용과 몸에 있을 수 있는 부담 등 여러 이유로 이게 절대적으로 좋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혼과 출산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결혼 전 얼려둔 난자로 결혼 후 임신

2017년 만 34세였던 미혼 A 씨는 병원을 찾아 난소 기능을 검사했다. 검사 결과 난소나이 지표인 항뮬러관호르몬(AMH)이 35세, 난포자극호르몬(FSH) 수치가 8.53으로 생물학적 나이와 비슷했다. 3년 후인 만 37세에 다시 검사한 결과 AMH가 43세, FSH가 10.1로 높게 나왔다. A 씨는 난소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3차례의 난자 채취를 통해 9개의 난자를 냉동 보관했다. 2021년 결혼한 A 씨는 배란 유도를 통해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냉동 보관했던 난자를 녹여 남편의 정자와 미세수정을 유도한 후 수정된 배아를 이식하는, ‘냉동 난자 사용 배아 이식 프로그램’으로 1차에 임신 성공했고 2022년 출산했다. A 씨는 2번 더 시술할 수 있는 냉동 난자를 보관 중이다.

기혼인 난임 환자 B 씨는 임신을 위해 난자를 채취했지만 남편의 정액 검사 결과 무정자로 판명돼 수정시키지 못하고 채취한 난자를 동결했다. 이후 남편이 치유 불가능한 무정자증으로 진단받았고, 2년 후 동결 보존된 난자와 정자은행 정자를 이용해 냉동 난자 사용 배아 이식 프로그램으로 아이를 출산했다. C 씨는 2020년에 난자를 채취했지만 남편의 정자 채취 실패로 채취했던 난자를 냉동했다. 그다음 해인 2021년에 남편의 정자 채취에 성공해 냉동돼 있던 난자를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 후 수정된 배아를 이식해 임신에 성공했다. 난임 전문병원인 세화병원의 냉동 난자를 이용한 임신 성공 사례들이다.

국내 난임 환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22만 9460명, 2019년 23만 802명, 2020년 22만 8382명에 이어 2021년에는 25만 2288명으로 크게 늘었다. 난임 시술을 받은 환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11만 6462명, 2019년 12만 3322명, 2020년 13만 746명, 2021년 14만 3999명이었다.

사회적으로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출산 시기 역시 늦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난임에 대비하기 위해 난자 냉동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존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난소 종양 수술을 받는 경우, 조기 폐경이나 난소기능부전증이 있는 경우에 주로 난자 냉동을 했다면, 최근에는 결혼 여부를 떠나 임신이 늦어지는 것에 대비해 난자를 냉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난자 냉동을 통한 가임력 보존은 결혼을 미루고 있는 만혼 여성이나, 여러 이유로 출산을 미루고 있는 기혼 여성이라면 고려해 볼 만하다. 자신의 난자를 젊은 연령대에 냉동 보존함으로써 향후 임신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임신을 원하는 시기에 해동해 임신을 유도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가임력은 20대에 최고를 보이고 35세 이후 급격히 감소해 40세가 넘으면 자연임신 가능성이 5% 정도로 매우 현저하게 떨어진다.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난소에서 배란되는 난자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배란되는 난자에 염색체 이상이 증가하고 유산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세화병원 이정형 원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세화병원 제공 세화병원 이정형 원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세화병원 제공

■난자 냉동 시술, 절차와 비용은

2000년대 초반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난자 냉동 시술에서 많은 실패 사례가 있었다. 냉동할 때 발생하는 얼음 결정 때문에 난자 내 세포질이 파괴돼 난자의 생존 가능성이 저하된 것이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유리화 동결법이라는 냉동 기술이 개발됐고, 동결하지 않은 난자를 이용했을 때와 유사한 임신율을 보여 2012년 미국 생식의학회에서는 난자 냉동법을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인정했다.

세화병원 불임의학연구소 김재명 소장은 “2014년 세화병원 가임력 보존센터가 개설된 이후 냉동 난자를 이용한 이식 프로그램의 임신 성공률은 38%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난자 냉동 절차는, 먼저 생리 시작 직후 병원을 방문해 진찰받고 6~9일간 과배란 유도 주사제를 맞는다. 주사제 투여 종료 2일 후 난자 채취 시술을 진행해 난자를 채취한다. 그중 성숙한 난자를 선별해 유리화 동결법으로 얼려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에 보존한다. 난자 채취는 수면 마취하에 10~20분 정도 소요되며 입원 없이 당일 시술로 이뤄진다. 이후 임신을 원할 때 냉동 보존된 난자를 해동해 남편의 정자와 수정한 후 수정란을 배양하고,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난자 냉동 시술비용은 과배란에 투여된 약품비, 채취된 난자 수, 냉동하는 난자의 수, 냉동 보존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냉동 수정란은 생명윤리법에 따라 5년 동안만 보관이 가능하지만 냉동 난자는 생명윤리법에 적용되지 않아 본인의 의사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미혼이 난자를 냉동할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난임 부부보다 비용이 더 든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난자 채취 시술 비용은 대략 300만~350만 원(난임 환자 본인부담금은 120~140만 원) 정도이며, 냉동 비용은 50만 원 정도, 보존 비용은 1년 단위 10만 원 정도이다. 한 회당 5년 보존 기준으로 대략 400만~45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이처럼 경제적·시간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에 너무 어린 나이에 시술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시술로 인한 신체 부담이 있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화병원 이정형 원장은 “늦게 결혼한 여성들이 아이를 간절히 갖고 싶어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연령대에 난자를 냉동해 놓는 것이 난임 대비책이 될 수 있다”며 “미혼 여성의 시술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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