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화장 없앤다” 거창군, 경남 서북부 첫 화장장 설치 추진
‘초고령화사회’ 거창군, 화장시설 전무
1시간 이상 떨어진 원정 화장 불가피
군, 민간위원 포함 설치추진위 출범
이달 중 사업부지 읍·면 공고 예정
지역에 화장장이 없어 불편이 컸던 경남 거창군이 본격적으로 화장시설 설치에 나선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거창군의 인구는 6만여 명이다.
평균 연령은 50.5세이며, 특히 65세 인구는 만 8073명으로 전체 30%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화사회라고 하는데, 그 기준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초고령화사회에도 정작 거창지역에는 화장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경남 18개 지자체 가운데 화장시설이 있는 지자체는 창원과 진주를 비롯해 모두 9곳에 불과하다.
거창을 비롯해 산청과 합천, 의령, 함양 등 화장장이 없는 지역 주민들은 이른바 ‘원정 화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산청과 의령 등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화장장이 있는 지자체와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보니 불편함이 덜하다.
문제는 거창과 합천 등 경남 서북부지역이다.
가장 가까운 진주와 경북 김천, 대구 화장장을 이용하려 해도 짧게는 1시간, 길게는 1시간 30분을 오가야 한다.
그나마도 예약이 많아 순서가 밀리면 사천시 등 더 멀리까지 넘어 가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화장장을 운용하는 지자체는 지역민과 외지인을 구분해 이용료를 받고 있는데, 그 차이가 6~7배 정도 난다.
화장장이 없는 지자체가 일부 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거창읍의 한 주민은 “노인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화장장을 이용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지역에 화장장이 없다 보니 불편함이 크다. 상을 당했을 때 워낙 먼거리까지 가야 하다 보니까 힘들다”고 말했다.
군은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경남 서북부지역 첫 화장시설 설치에 나섰다.
지난 17일에는 민간위원 11명이 포함된 설치추진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 화장시설의 건립에 따른 시설물의 종류와 규모, 설치지역의 범위, 설치지역에 대한 지원 범위와 내용, 설치부지의 심사와 선정 등에 대한 주요 안건들을 심의할 예정이다.
관건은 주민 반발이다.
대다수 주민들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혐오시설이다 보니 정작 우리 지역에 설치되는 것은 꺼려하는 상황이다.
군은 일단 화장시설 건립을 위한 사업부지를 읍·면 공모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며, 이달 중으로 모집 공고를 낼 방침이다.
또 부지가 어느 정도 특정되면 다른 시·군과 마찬가지로 마을발전기금과 지역개발사업, 주민 우선 채용, 부대시설 운영권 등 주민 혜택을 줄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거창군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화장장과 거리가 먼 경남 서북부지역 전체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업이 보다 구체화되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