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재검토
당초 국제선 ‘거리 기준’ 조정 방침
장거리 노선 차감 폭은 더 늘어
공정위, 개편안 공정성 심사 진행
대한항공이 4월 1일부터 도입하려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다시 검토한다. 당초 대한항공은 지역별(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로 차감하던 국제선 마일리지(보너스) 항공권 공제 기준을 ‘운항거리’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차감폭이 확대되는 터라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가령 인천∼뉴욕 구간의 프레스티지석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매하려면 현재는 편도 6만 2500마일을 차감했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9만 마일이 필요했다.
물론 대한항공 측은 편도 기준으로 3만 5000마일을 공제하는 하와이의 경우 3만 2500마일로 줄어들고, 일본 후쿠오카도 종전 1만 5000마일에서 1만 마일로 공제폭이 감소한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 공분은 잦아들지 않았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달 15일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인 것 같다”고 지적한 뒤 19일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거듭 비판하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가 서민 눈높이와 동떨어지는 금융업계 보상행태와 이동통신요금 체계 손질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항공요금 전반으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도 읽힌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 공정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개편안 시행 전 공정위가 대한항공 마일리지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해 시정을 요구할 공산도 컸다.
결국 대한항공은 20일 “마일리지 관련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개편안 발표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공제율을 조정한다면 4월까지 개선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공제율과 적립률을 조정하고, 마일리지로 구매하는 보너스 좌석 확대 규모도 기존 계획보다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애초 마일리지 개편 시행과 함께 전체 좌석의 5% 이상인 보너스 좌석 비중을 배가량 늘리고, 올해 성수기 한시적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파리 노선에서 특별기 100편 가량을 운항할 계획이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