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에 노인들 ‘희망 고문’… 지자체, 줄줄이 사업 축소 [황혼에 만난 마지막 가족③]
통합돌봄지원 중단 영향
13개 지자체 중 11개 예산 줄어
정부 기조 변화에 현장은 ‘난감’
부산, 새 돌봄 체계 구축 어려워
대안 없이 중단… 지역 타격 커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이 중단되자 노인 선도사업에 참여한 지자체 대부분이 올해 사업 축소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시·도비와 구·군비로 가까스로 최소 예산을 충당했지만, 대부분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하자는 당초 취지는 이미 퇴색했고,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노인들을 ‘희망 고문’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부산일보〉가 지역사회통합돌봄 노인 선도사업에 참여한 전국 1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통합돌봄 현황을 확인한 결과, 광주 서구와 충남 청양군을 제외한 11개 지자체에서 통합돌봄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예산이 줄면서 부산 북구, 부산진구, 전북 전주시 등에서 진행하던 7개 사업이 중단됐고, 그 외 지자체에서도 진행 사업 일부를 폐지했다.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정부의 정책 변화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안산시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통합돌봄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중단하고 새로운 사업을 공모한다고 해 난감하다”며 “국비를 받으려면 새 공모사업에 선정돼야 하는데, 선정 지자체 수를 줄인데다 경쟁도 있어 통합돌봄 사업이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업이 유지만 돼도 다행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통합돌봄 사업을 확대한 광주 서구와 충남 청양군은 시와 군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청양군청 관계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통합돌봄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군 차원에서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국비 지원 없이 사업 확대를 꿈꾸기 어렵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5년가량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부산의 경우, 국비 지원 없이는 늘어나는 노인들에 대한 새로운 돌봄 체계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이재정 부산복지개발원 책임연구위원은 “형편이 좋은 서울은 자체 노인돌봄체계가 마련돼 있어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노인 돌봄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한데,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이 갑작스럽게 중단돼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