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이어 선박도 분할투자시대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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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 토지신탁 등과 MOU
선박금융 분야 국내 첫 STO 도입
투자자가 선박 권리 나눠서 소유

HJ중공업이 미래에셋증권 등과 선박금융 STO 활성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HJ중공업 조선부문 유상철 대표, 미래에셋증권 안인성 대표, 한국토지신탁 김정선 사장. HJ중공업 제공 HJ중공업이 미래에셋증권 등과 선박금융 STO 활성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HJ중공업 조선부문 유상철 대표, 미래에셋증권 안인성 대표, 한국토지신탁 김정선 사장. HJ중공업 제공

고가의 빌딩에 이어 초대형 선박에도 개인이 분할 투자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HJ중공업 조선 부문은 20일 “최근 한국토지신탁, 미래에셋증권과 선박금융 관련 ‘증권형 토큰(STO)’ 활성화에 상호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개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선박금융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고,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증권형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실물 증권을 디지털화한 자산이다. 현실에 있는 자산의 가치를 쪼개서 개별 암호화폐에 고정시킨다는 뜻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최근 부동산뿐 아니라 미술품, 주식 등 전통 자산을 기반으로 증권형 토큰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종텔레콤 컨소시엄이 부산의 빌딩을 대상으로 한 블록체인 조각투자 서비스 ‘비브릭’을 선보이기도 했다.

HJ중공업은 이번 MOU를 통해 부동산에 이어 소규모 투자가 어려웠던 선박금융 분야에 국내 최초로 증권형 토큰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앞서 HJ중공업은 지난해 부산시가 주최한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2022’ 콘퍼런스에서 조선업계 최초로 증권형 토큰을 활용한 선박금융과 조선업 활성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HJ중공업은 건조되는 선박의 권리를 디지털로 잘게 쪼개 토큰화하면 투자자가 선박을 분할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선박을 건조하려면 선주가 자본을 대고 금융권에서도 차입이 필요했다.

그러나 선박에 대한 증권형 토큰을 발행해 개인이 조각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선소는 조선소대로 토큰으로 선박 건조 대금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선주는 선주대로 금융권의 차입 없이도 손쉽게 원하는 선복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조선업계에 일감이 늘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게 HJ중공업의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는 투자사를 통해 증권형 토큰을 구입하면 실제 선박 건조에 소액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이미 운항 중인 선박에 투자해 용선료에 따른 배당을 받을 수도 있다. 용선 계약이 끝나거나 선박을 매각할 경우 거기서 생기는 수익도 나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HJ중공업은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준비하는 부산시와도 상호 협력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HJ중공업 측은 “국내 최고 수준의 투자금융 노하우를 가진 한국토지신탁과 미래에셋증권 양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선박금융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선주와 조선사, 투자자, 기자재업계 등 조선업 관계자 모두가 윈윈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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