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상 1년 반 만에 '스톱'…경기침체 우려 영향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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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로 동결…2021년 8월 이후 '숨 고르기'
미국 긴축·불안정한 물가 변수…추후 인상 가능성
올해 성장률 1.6%·물가 상승률 3.5% 전망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한국경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데다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도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한은은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이날 동결로 큰 흐름에서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깨졌다.


한은 결정의 배경은 무엇보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출 급감 등으로 상품수지는 석 달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출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90.2) 역시 1월(90.7)보다 0.5P 떨어졌다. 부진한 수출을 대신해 성장을 이끌 민간소비조차 움츠러든다는 뜻이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출이 줄어드는 데 소비도 위축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다"며 "한은이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금리 상승기가 최종 3.50% 수준에서 완전히 끝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25%P(한국 3.50%·미국 4.50∼4.75%)로 유지됐다.


이는 무려 22년 만에 가장 큰 차이인데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P 이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길어져 실제로 자금이 뚜렷하게 빠져나가거나 다시 1300원을 넘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한은이 다시 한 차례 정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3.6%에서 3.5%로 내렸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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