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지사, 간토 지진 조선인 학살 또 부인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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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지사, 올해도 추도 안 해
“진실은 역사가가 밝힐 일” 변명

올해 조선인 6000여 명이 학살된 간토대지진 발생 100년을 맞은 가운데 고이케 유리코(사진) 도쿄도 지사가 당시 일본 치안 당국과 자경단의 조선인 학살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지난 21일 도쿄도의회 정례회에서 조선인 학살에 관한 공산당 의원 질문에 “무엇이 명백한 사실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역사가가 연구해 밝혀야 할 일”이라며 학살 여부에 대해 명백한 답변을 회피했다. 공산당 의원은 “도쿄도가 1972년 발행한 〈도쿄백년사〉에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 ‘지진에 의한 재해와는 또 다른 인재’ 등으로 기재돼 있다”고 지적하며 지사의 인식을 물었다.

고이케 지사는 “여러 내용이 역사상 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을 역사가에 맡기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과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사관을 추종하는 성향을 보여온 고이케 지사의 이번 발언은 2017년 도쿄도의회에서 했던 것과 유사한 내용으로 일본 정부의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에서 일어난 간토대지진 이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방화한다’ 등의 유언비어가 유포되면서 조선인들이 자경단, 경찰, 군인에게 학살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독립신문은 당시 조선인 학살 희생자가 6661명이라고 보도했다.

고이케 지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2017년 이후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것에 관한 질문에는 “몹시 큰 재해와 그에 이어서 여러 사정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추도문을 보낼 뜻이 없음을 밝혔다. 고이케 지사는 전임 지사들이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관례로 보내던 추도문을 취임 첫해인 2016년에는 보냈으나 2017년부터는 중단했다.

고이케 지사는 간토대지진 희생자 모두를 추모하기 때문에 조선인을 위한 개별 추도문을 안 보낸다는 입장이지만 자연재해로 숨진 이들과 성격이 다른 학살 피해자를 같이 취급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고이케 지사는 조선인 6000여 명이 학살당했다는 추도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우익 주장에 동조해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2017년 5월 각의에서 조선인 학살사건 관련 ‘유감의 뜻 표명’을 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서를 확정했다. 연합뉴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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