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차기 사장 이순호 내정… 노조 ‘보은 인사’ 반발
임추위, 28일 최종 선임 예정
대선 당시 경제 싱크탱크 활동
“함량 미달 낙하산 사장 내정자”
노조, 선임 절차 즉시 중단 요구
한국예탁결제원 차기 사장 자리에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최종 낙점됐다. 이 위원이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의 ‘보은 인사’ 논란이 제기, 내부 반발이 거세게 일었지만 결국 강행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노조는 이 위원을 ‘함량 미달 낙하산 사장 내정자’로 규정하고 선임 절차를 즉시 중단하라며 반발을 이어갔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 22일 차기 사장 후보 3명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결과, 이 위원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면접에는 이 위원 외에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와 박철영 예탁결제원 전무 이사가 참여했다. 이 위원은 오는 28일 열리는 예탁결제원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으로 선임될 전망이다.
지역 금융가에서는 예탁결제원 임추위의 이같은 결정을 두고 예정된 시나리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예탁결제원의 차기 사장 공모 직후부터 이 위원의 내정설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대선 국면 당시 윤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 분야 싱크탱크에 들어가 활동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한 이 위원은 현 정부 1기 금융팀과도 코드가 일치한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김 부위원장과 대학 동기다.
여기다 이 위원은 은행분야 위주로 연구해 온 ‘은행 전문가’인 까닭에 전문성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그는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2006년부터 현재까지 금융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걸어온 길을 보면 주식과 채권 예탁 등 자본시장 업무를 담당하는 예탁결제원과 다소 거리가 있다.
이에 예탁결제원 노조는 23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앞에서 이 위원 내정 반대 집회를 열고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순호 씨는 은행법 연구전문가로, 자본시장 인프라 기관인 예탁결제원 업무와 다르고 지휘 감독 등 행정 경험도 전혀 없어 1000여 명의 직원을 지휘 통솔하는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당국을 향해서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예탁결제원의 위상이나 특성 등에 상관없이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몇 달 근무했다는 이유로 경력, 이력, 체급 등에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낙하산 기관장을 내려보내려는 정권과 당국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장 선임 절차가 그동안 형식만 공모이고 실질은 대통령실과 금융위원회가 상호조율해 선임절차가 진행돼 온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었고 낙하산 사장이 올 거라 예상도 하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정부를 통틀어 이렇게까지 몰상식하고 불공정한 낙하산 인사는 없었다”고 힐난한 뒤 내정자 지명 철회와 재공모 실시를 요구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