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팔아 전쟁 자금 충당 초강력 제재에도 버티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전쟁 1년
세계 경제 혼란 우려 탓 거래 허용
경제 성장률 0.3%, 영국보다 나아
달러당 75루블… 이전 환율 회복
러시아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 혹독한 경제 제재를 받았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끝 모르게 전개돼 온 전쟁이 점점 소모전 양상으로 고착하면서 내부 자급자족이 가능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서방의 수출 통제와 금융 제재가 현재까지 러시아를 ‘녹 아웃’ 시키지는 못했다는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는 국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0개 이상의 나라가 러시아의 주요 기관과 경제 부문을 표적으로 삼았고, 러시아 기업과 정부 관료 가족 등 2000개에 이른 항목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런 제재는 미국 은행 계좌와 금융 시장 접근 등을 박탈했다. 또 루블화는 서방의 스위프트(국제결제시스템) 제재로 일시적으로 급락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폴란드의 웅장한 성 뜰에 서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징벌적 조치를 설명하며 “루블화는 거의 잔해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개전 1주년이 된 현 시점에서 상황은 역전됐다. 루블화는 최근 달러당 75루블로 거래되는데, 이는 전쟁 이전의 환율 수준이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러시아의 경제가 적어도 15% 이상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러시아 경제는 2.2% 축소됐을 뿐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러시아 경제 성장률을 0.3%, 내년에는 2.1%로 각각 예상했다. 올해 0.6% 역성장이 예상되는 영국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다. 러시아는 제재에 동참하기를 거부한 국가들과는 더 깊은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후 브라질,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에 대한 수출이 전년 대비 최소 50% 증가했다.
서방은 이란과 북한처럼 국가 전체에 제재를 부과하지 않고 러시아에는 특정 산업 부문과 기업,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세계 경제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 가스는 거래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을 통해 전쟁 수행을 위한 재정을 보충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EU와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7개국(G7) 등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로 제한하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것에 대해 '너무 늦었고, 러시아에 타격을 줄 만큼 낮은 가격이 아니다'라는 분석도 나온다.제재 전문 변호사인 톰 파이어스톤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제재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