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너지는 공공의료, 윤 정부 '의대 개혁' 손 못 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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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근무·필수 과목 전공 기피 현상 심화
비수도권 의사 부족·의료 공백 해소해야

지역 공공병원인 부산의료원이 수개월째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할 수 없어 24시간 가동해야 할 응급실의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역 공공병원인 부산의료원이 수개월째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할 수 없어 24시간 가동해야 할 응급실의 운영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한국 의료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자랑스럽게 ‘K의료’로 불릴 만큼 국제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적지 않다. 반면 만성적인 의사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의 수도권 쏠림과 필수진료 과목 전문의의 태부족으로 공공의료와 지방 의료계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진료 공백을 빚어 응급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게 확실한 해결책으로 꼽힌 지 오래지만, 그동안 의사협회 등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되면서 기형적인 의료 구조는 심화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7명에 많이 못 미친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의료 선진국답지 않은 인력 규모다. 이는 사회에서 국민 건강권 보장이 강조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이 중시되면서 증가한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원인이다. 그런데도 전국 의과대학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에 꽁꽁 묶여 있다. 의협 등 기존 의료계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서다. 노동·교육·연금을 3대 개혁 과제로 정한 윤석열 정부는 최근 우선적으로 노동개혁 추진에 나섰다. 정부가 교육개혁과 직결된 의대 정원 문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지방 의대의 파행은 의대 개혁의 당위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비수도권 소재 의대 재학생이 중도에 그만두고 재수를 통해 수도권 의대로 진학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러니 지방은 의사가 절대 부족해 의료 공백 사태를 빚는다. 경남 산청의료원과 강원 속초의료원이 거액의 연봉을 내걸고도 각각 내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 모집에 장기간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단적인 예다. 대도시의 부산의료원마저 구인난 탓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5명에서 2명으로 감소해 응급실 운영을 하루 12시간으로 줄이기로 했을 정도다. 비수도권 환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 수도권 병의원을 찾고, 저소득층 환자 일부는 방치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가 22일 소아청소년 전공의 부족에 따른 전국 종합병원의 소아 진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개선책을 발표했으나 미봉책일 뿐이다. 이 밖에 내·외·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역시 의대생들의 전공 기피로 의사 부족과 진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의 필수의료와 공공의료의 어려움은 더더욱 처참한 상태다. 현행 의대 교육제도에 정원 확대나 필수진료 과목 전공자 우대, 지방에서 의무 근무하는 지역의사제 도입 등 실효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정부의 결단과 적극성이 절실하다. 의대 개혁을 포함한 의료 현안 해결을 위해 허심탄회한 의·정 대화가 시급하다. 세계 최고인 의료 수준에 걸맞게 빈틈이 없는 의료 인프라의 완성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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