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파의 생각+] 챗GPT와 AI 문해력 교육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공모 칼럼니스트

 챗GPT 등장, 교육계 표절 등 비상
 금지보다 발전적 도구로 활용해야
 AI 교육 과정 마련해 운영할 필요

최근 챗GPT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픈AI가 출시한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GPT는 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기존의 챗봇과 달리 사용자가 자유로운 형식으로 질문할 수 있으며, 진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정확한 문장으로 대답한다.

또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의 졸업 시험, 의사면허 시험까지 통과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챗GPT의 등장을 인터넷의 발명만큼이나 중대한 사건이라고 평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챗GPT가 뛰어난 대답을 내놓을수록, 진짜 사람이 쓴 글과 차이가 없을수록, 교육계 특히 대학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과제나 시험에 챗GPT를 사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법규나 지침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달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학교 또는 교수 개인 차원에서 대책을 분주히 마련하고 있다.

많은 대학과 교수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학생들의 챗GPT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챗GPT 사용이 ‘AIgiarism(AI+plagiarism(표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텍스트는 ‘타인이 작성한 텍스트를 자기가 한 것처럼 속이는 행위’라는 전통적 의미의 표절 정의에서 ‘타인’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표절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언어학자 놈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말한 것처럼 챗GPT 자체가 천문학적 규모로 구성된 언어 데이터의 문자열, 규칙성에 기반해 문장을 만드는 ‘첨단기술 표절 시스템’임을 감안하면 챗GPT를 활용해 만든 텍스트는 대필이나 표절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생성 AI의 구조적 한계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학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할루시네이션은 AI가 데이터의 오류까지 학습해 잘못된 답변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챗GPT의 경우 2021년까지 생산된 데이터만을 학습했기 때문에 한국의 대통령이 누구인지 물어봤을 때 ‘문재인’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챗GPT의 대답엔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으며, 대답의 출처를 제시하지 않아 오류가 있는지조차 알아채기 어렵다. 따라서 학생들이 챗GPT의 대답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면 학습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대학과 교수들은 챗GPT 사용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학교 통신망에서 챗GPT 접속을 차단하거나, ‘GPT 제로’, ‘디텍트 GPT’, ‘클래시파이어’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챗GPT로 작성한 텍스트를 판별하고 ‘0점 처리’를 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매우 임시방편적이며 챗GPT 방지 효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통신망에서 챗GPT 접속을 차단하면 VPN(가상 사설망)을 통해 우회 접속할 수도 있고, 학교 밖에서 과제를 할 경우 챗GPT 사용을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 또 챗GPT가 생성한 텍스트를 조금만 수정한다면 챗GPT 텍스트 판별 프로그램에 잡히지 않아 챗GPT 규제 방안은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자동차는 ‘살인 기계’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면허, 도로, 신호 체계 등을 고안한 이후 지금은 유용한 교통과 운송 도구가 됐다. 챗GPT 역시 마찬가지다. 일정 부분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규제하고 금지한다면 거대한 혁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대학은 과거의 기준을 잣대로 챗GPT를 금지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이 챗GPT를 발전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교육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 ‘AI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교육 과정을 마련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AI 리터러시 교육과정에는 챗GPT를 포함한 생성 AI 기술에 대한 이해, AI 저작물과 윤리 문제, 비판적 사고에 기반한 AI 저작물 검토, AI 기술이 가져올 풍선·나비 효과에 대한 예측과 대응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대학은 이러한 수업을 통해 학생과 교수, 인문학자와 공학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기술 혁신의 활용과 발전 방향을 도출하고 사회에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기술 혁신이 가져올 변화에 대비해 미래 교육 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빠르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역할이자, 대학이 챗GPT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