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경찰, 민주노총 경남본부 압수수색
‘창원간첩단’ 관련 금속노조 대상
국정원 직원 ‘기자 사칭’ 논란도
민주노총 “합법 활동에 색깔론”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23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민주노총 경남본부 소속 금속노조 경남지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간부 A(53) 씨와 거제시에 있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간부 B(55) 씨 등 2명이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지난 21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민주노총 경남본부를 찾았다. 국정원과 경찰 등은 약 40명에 달했다. 이들은 국정원 신분을 밝히며 민주노총과 대치하다가 9시께 노조 측 변호사 입회하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도 있었다. 이날 압수수색은 낮 12시 30분께 종료됐다.
A 씨와 B 씨의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노조는 영장에 소위 ‘창원 간첩단’ 사건의 노동분야 총 책임자급이어서 압수수색을 벌인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창원 간첩단’은 창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정부단체인 ‘자주통일 민중전위’가 2016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북한 관련 인사와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혐의에 대해 국정원을 중심으로 수사 중인 사건이다. 현재 피의자 4명이 구속된 상태다.
민주노총은 곧바로 국정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국정원 직원 C 씨가 ‘기자’를 사칭하다가 노조에 적발됐다. C 씨는 회견을 영상으로 찍다가 신원 확인을 요청하는 노조에게 “기자”라고 대답한 뒤 현장을 벗어나려다 붙잡혔다. 그의 가방에서는 ‘국가정보원’이라고 적힌 검정 외투와 국정원 물품 등이 발견됐다. 이에 경남지역 일부 기자들이 사칭에 항의할지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기자를 사칭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합법적 노동조합 활동에 색깔론을 씌우려 하지 말라. 낡은 국가보안법으로 우리의 투쟁을 옭아매려 하지 말라.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가로막지 말라. 그런다고 우리의 저항과 투쟁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 오히려 권력의 탄압, 체제의 억압에 맞선 투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