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공병원, 의사가 안 온다
부산의료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결원 채용 실패 5명→2명 줄어
응급실 운영시간 축소 등 검토
코로나 격무 등 부담 지원 기피
급여·업무강도 균형 모색 시급
부산의료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 운영 시간 단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의료원은 응급의학과뿐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수개월째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남의 한 의료원에서도 수개월째 의사를 구하지 못해 4차 공고까지 내는 등 지역 공공병원의 ‘의사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의료원은 최근 응급실 단축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24시간 운영이 원칙인 응급실의 운영 시간 축소를 검토하게 된 건 응급실을 전담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산의료원 응급실에는 5명의 전담의가 있었는데, 지난해 총 3명의 결원이 생기면서 2명만 남게 됐다. 의료원은 지난해 12월 응급실 전담 전문의 3명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지만, 현재까지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원 측에 따르면, 현재는 2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다른 진료과장이 돌아가면서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다. 하지만 오전·오후에 외래 진료를 보는 다른 진료과장들이 야간·휴일에 응급실 진료까지 보다 보니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원 응급실은 기존 응급실 업무에 코로나 환자까지 봐야 하고,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까지 맡다 보니 업무가 과중한데 급여까지 적어서 의사 모집이 쉽지 않다”면서 “아직 응급실을 축소할지, 축소한다면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에 대해서는 검토 단계라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의료원의 의사 부족 문제는 비단 응급실뿐만이 아니다. 현재 부산의료원에는 모든 진료과를 통틀어 총 6명의 의사가 부족한 상태다. 산부인과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의사를 모집하고 있으나 아직 결원이다. 재활의학과에서도 지난해 10월 발생한 1명의 결원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외과의 경우 이달 결원이 생겼다.
이 같은 의사 부족 문제는 다른 지역 공공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내과 전문의를 채용하려고 3차 모집까지 한 상태지만 아직 공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공중보건의(병역의무 대신 3년간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구에서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도 없어 아예 진료실을 비워 둔 상태다. 지난해 1·2차 공고에서는 지원자는커녕 문의 전화조차 없었다. 3차 모집에서는 3명이 지원했지만 2명은 면접에 불참하고, 1명은 조건이 맞지 않아 채용에 실패했다. 산청군은 결국 지난 22일 4차 모집공고를 내고 다시 채용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강원도의 속초의료원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연봉 4억 원대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걸기도 했다.
부산시는 공공 의료기관인 의료원의 응급실 축소만큼은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심 중이다. ‘급한 불’인 응급실 축소를 막기 위해 급여를 올리는 방안은 다른 과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낮에만 응급실을 운영하는 것도 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간·휴일 등 진료 공백 시간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이 응급실이기 때문이다.
지역 공공의료기관 의사 구인난의 이유는 낮은 처우, 업무 강도, 지역 기피 등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의 한 전문의는 “부산의료원은 급여는 높지 않아도 환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장점이었던 병원이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응급실 업무 부담이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요즘 의사들도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만큼 급여 현실화와 함께 업무 강도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