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올랐는데 ‘짭짤이’ 값 하락… 대저 토마토 농가 ‘울상’
하우스 등유 1년 새 60%대 급등
필수식품 아닌 탓에 소비 위축
청양고추 전년 비 3배 가량 올라
농산물도 품종별 희비 엇갈려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은 부산 대표 농산물 ‘대저 짭짤이토마토’ 농가는 요즘 수확할 맛이 나지 않는다. 치솟은 난방비로 나갈 돈은 많은데 지난해보다 가격이 떨어져서다.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소비자들은 식탁에 꼭 오르지 않아도 되는 채소·과일 구매에 가장 먼저 지갑을 닫고 있다.
반면 고추나 애호박 등 반찬에 필수적으로 이용되는 채소 가격은 오히려 급등해 재배 품종에 따라 농가의 희비가 갈린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 비닐하우스 30동(약 8000평)에서 35년째 ‘대저 짭짤이토마토’를 재배 중인 조윤환(59) 씨는 요즘 의욕이 없다. 올겨울 급등한 난방비 탓이다. 지난 겨울 난방비는 3500만 원가량 들었지만, 올 겨울엔 벌써 5000만 원 정도 지출했다. 토마토는 통상 9월에 파종해 이듬해인 2~4월에 수확한다.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 내부의 온도를 최소 8~10도 정도로 맞춰야 한다. 난방비가 전체 농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특히 올 1월엔 영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계속돼 난방비가 더 들었다. 하지만 토마토 도매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10~15% 정도 떨어졌다. 조 씨는 “생산 단가가 오르면 공산품 가격은 오르는데 농산물은 그렇지 않아 피해가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조 씨 농가의 사정은 다소 나은 편이다. 그의 비닐하우스는 보온 담요 등 시설에 투자를 많이 해 비교적 단열이 잘 되기 때문이다.
난방비가 배가량 급등한 농가도 있다. 비닐하우스 16동(3600평)에서 대저 짭짤이토마토를 재배하는 다른 농가는 2021년 10월부터 4개월 동안에는 531만 원이 들었지만, 올겨울 같은 기간엔 1050만 원이 들었다. 이 농부는 “20년 넘게 농사를 지었지만 이 정도로 난방비가 많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하우스 농가에선 난방을 위해 등유를 많이 이용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면세등유 평균 가격은 2021년 L당 798.67원에서 2022년 1288.39원으로 약 61.3% 올랐다. 올해 1월에는 1297.07원으로 더 뛰었다.
최근 토마토 가격은 더 떨어졌다. 토마토 같은 채소나 과일은 필수식품이 아니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다. 반여농산물시장 농협 공판장에 따르면, 요즘 최상급 대저토마토 2.5kg 가격은 2만 원대 초반으로 1년 전의 2만 원대 중반보다 떨어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경매사는 “대출금리도 치솟아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시장에서는 꼭 안 먹어도 되는 과일, 채소 소비가 먼저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농산물도 품종별로 희비가 갈린다. 한파로 애호박, 양파 등의 일부 채소 가격은 급등했다. 특히 청양고추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협공판장 반여공판장에 따르면, 지난 22일 청양고추 특등급은 kg당 평균 1만 6952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477원보다 3배가량 뛰었다.
이런 농가의 하소연에도 난방비 보조는 정부가 지난해 10~12월 시설원예농가에 유가보조금 일부를 지원한 것이 전부다.
대저토마토 수경재배 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돼 난방비 부담이 커졌지만 정작 올해 난방비와 전기료 등의 지원은 전혀 없다"며 "농가의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