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대첩광장 인근서 '나말여초 추정' 인골 출토
인도 우·오수관 정비 공사 중 유물 확인
통일신라 후기 대호·편병 등 함께 출토
전쟁 빈번 성 주변 시대상 파악 큰 도움
시 “문화재청 보고 후속 조치 따를 것”
경남 진주시 진주대첩광장 부지 북측 인도에서 나말여초(신라 말~고려 초)것으로 추정되는 인골(사람의 뼈)이 출토됐다. 나말여초 진주지역의 생활상을 규명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3일 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진주대첩광장 북측 인도 우·오수관 정비 공사를 하다가 우물 1기와 돌을 쌓은 흔적인 석축, 땅을 판 흔적인 수혈을 확인했다. 이에 시는 경상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북측 인도 559㎡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조선 전기 가마 1기와 통일신라시대 목책렬 1개, 인골 10구를 확인했다.
이번 조사에서 관심이 집중된 것은 인골이다. 그동안 인골은 문화재로 인정 받지 못해 화장되거나 다시 매장되곤 했는데 지난해 법 개정으로 문화재에 포함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번에 확인된 인골은 통일신라 후기 대호, 편병과 선조문 기와 등이 함께 출토되면서 나말여초 시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나말여초 인골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만큼 분석을 통해 해당 연대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연구 가치가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려시대 전후 진주지역의 생활상이나 대외 환경에 대한 사료를 입증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는데, 이번 인골을 통해 옛 사료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다수 인골은 고분 등에서 출토되는 데 반해 이번에 출토된 곳은 과거 주거 밀집지역이자, 전쟁이 활발했던 성 주변이어서 당시 시대상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 한 인골 전문가는 “해당 시기 견훤이 강주(진주의 옛 명칭)를 습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인골이 당시 것이 맞다면 이러한 역사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대거 출토된 인골 아랫쪽에 좀더 많은 인골이 있을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추가적인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추가 발굴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발굴 장소가 도로와 인접해 있어 추가 발굴을 진행할 경우 도로 유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단 시는 지난 2일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열고 유구 관리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15일에는 문화재청에도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 문화재청 자문위원회는 인골 다량노출 구간과 통일신라 목책 발견 구간은 현지보존, 나머지 구간은 기록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수습한 인골 10구에 대한 연구를 전문기관에 의뢰한 상태다. 연대 추정 등 연구에는 3개월 정도 걸릴 예정인데, 해당 인골의 중요성에 따라 전문가 회의나 정밀발굴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일단 우·오수관은 남쪽으로 우회해 설치하기로 결정했는데, 인골들을 모두 수습하기엔 도로 아래 있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며 “일단 중요성을 파악한 후 문화재청 지시에 따를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