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침공 못 막으면 미국 방위 약속도 흔들”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지 못한다면 미국의 방위 약속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 경우 동북아에서는 북한의 대남도발이 더욱 노골화하고, 한국과 일본, 호주 등에선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외교정책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만 강제병합 시나리오와 함께 미국과 동맹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저자 중 한 명인 미국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연구소’ 이언 이스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등이 도울 사이도 없이 대만이 속수무책 함락되거나, 전면전을 벌이고도 병합을 막지 못하는 두 가지 ‘악몽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대만 정부가 중국과 평화회담에 나서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이 공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전면전을 벌이지도 못한 채 대만 전역이 점령된다는 시나리오다. 중국 측은 우선 무장 드론을 이용해 대만 주변 섬들의 레이더와 정보수집 시설을 파괴하고 무인잠수정으로 일본, 괌과 연결된 해저 통신선을 절단한 뒤 대만에 미사일과 폭탄을 쏟아부어 정부를 붕괴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일본, 한국, 호주 등과 연합을 구축하려는 노력 끝에 중국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지만 큰 피해를 보고 중국의 대만 병합을 막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과 동맹국 전투기 조종사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미 태평양 함대가 거의 궤멸하는 한편 대만에 상륙한 미 해병대원도 50%의 사상률을 기록한 뒤 모두 사로잡힐 수 있다고 이스턴 연구원은 말했다.
대만을 점령하면 중국은 대만이 보유한 미국제 첨단무기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손에 넣게 된다. 또 폭격기와 미사일 부대 등을 대만에 주둔시켜 일본과 괌 주둔 미군을 겨냥할 수 있고, 남중국해와 태평양을 잇는 주요 항로를 차단함으로써 동남아권에서의 군사적 우세를 더욱 확고히 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일본과 한국, 호주 등이 핵무장을 고려하는 등 주변 국가에도 연쇄적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스턴 연구원은 “핵무기 군비경쟁이 시작되고 통제불능으로 치닫기 쉽다. 제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중국에 패배한 미국이 더는 한국을 보호하지 못할 것으로 여기고 정치·군사적으로 더욱 대담한 행보를 보일 수 있으며, 무력통일 기회를 엿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대만을 돕기 위해 주한미군이 동원될 경우 한국에선 미국의 방위 약속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행동으로 옮길지는 그 시점에 집권한 정권이 어떤 성향인지와 국민 여론 등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21세기판 대공황을 촉발하고 전 세계가 상호 적대적인 무역·안보 블록들로 쪼개지는 결과를 초래해 이른바 ‘세계화’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