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전국 1등 병원’ 만족하지 않고 도전 계속된다
부산고려병원 간호·간병 서비스
541개 의료기관 대상 평가서 1위
2015년 9월 시작해 7년 만에 결실
전문 간호 인력이 24시간 서비스
시행 초기 걱정 없애고 완전 정착
감염병 예방효과·쾌적한 입원실
안전 매뉴얼 철저하게 점검 시행
환자 중심 친절한 병원 문화 조성
대기 시간·진료 동선 단축 작업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처음 도입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젊은 의사 시절부터 꿈꾸던 병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병원 간부들을 불러 강력하게 이 제도를 시작하자고 강요하다시피 밀어붙였다.”
김철 이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부산 고려병원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전국 541개 의료기관 평가에서 1등을 차지했다. 2015년 9월부터 시작해 7년에 걸쳐 준비했고 마침내 그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병실에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고 전문교육을 받은 간호 인력들이 24시간 입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식사보조와 이송, 머리감기 등의 일상생활을 돕고 환자안전이나 감염예방 등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도 제공한다.
■병원 문화를 바꾸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도입되기 전에는 환자를 혼자 둘 수 없어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보호자가 직장을 포기하기도 했다. 의료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수술 부위를 잘못 건드려 감염이 발생하거나 낙상으로 인한 2차 사고 등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부산고려병원이 전국 최초로 전 병동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한 후 병원 문화가 확 달라졌다.
물론 초기에는 보호자들과 갈등도 있었다. 옆에서 직접 환자들 돌보고 싶은 보호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취지를 이해하면서 보호자와 환자들이 수긍하고 적응하기 시작했다.
병문안 문화도 달라졌다. 특정 장소에서만 면회를 허락하고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병실이 조용해졌다. 문병을 자주 오는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들 간에 생기는 왠지 모를 불편함도 없어졌다.
면회객 제한으로 인한 감염병 예방 효과도 나타났다. 병동 안에 불필요한 유동 인구가 사라짐으로 인해 2차 감염 위험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때 이 제도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됐다. 2021년 12월 환자 20여 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는데, 병동 내 코호트 격리를 확실히 하면서 감염 확산을 초반에 막을 수 있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로 지역 의료계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송주연 간호부장은 “병동 내에 움직이는 사람이 줄면서 의료진도 환자에게 더 많은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 짧아진 동선과 쾌적한 환경으로 질 높은 입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진료파트 의사들의 반응도 좋다. 간호·간병에서 제대로 뒷받침해 주니까 의사는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디테일에 강한 병원
1등 병원을 유지하려면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아주 미세한 불편함도 없어야 한다.
정형외과 환자들은 휠체어와 보행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바닥에 약간의 굴곡이 있어도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보행 공간의 바닥면 보수를 완벽하게 하고 있고, 엘리베이터 문틈의 간격까지도 철저히 체크하고 있다.
낙상 사고 예방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특히 낙상 위험이 큰 침대에서 사고 예방하기 위해 모든 침대에 모션감지 장치가 부착돼 있다. 침대에서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경고벨이 바로 울린다.
또 ‘환자 안전 라운딩’을 실시하면서 취침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게 해 야간의 낙상 사고에 대비한다. 그리고 야간에도 필요하면 호출을 하도록 유도해 환자들이 미안함을 갖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고 있다.
김철 이사장은 “낙상 등 환자 안전 분야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평가를 거치면서 완벽하게 정비될 수 있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나. 조금의 빈틈도 없도록 매일매일 체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가장 친절한 병원에 도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국 1등에 이어 부산고려병원이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것이 가장 친절한 병원이다. 이를 위해 병원 중심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서비스 접근을 바꾸고 있다.
병원의 첫인상은 원무과에서 결정된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편안함을 주기 위해 1층 원무과 접수창구를 호텔식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어디가 아프다’ ‘어느 동네에 산다’ 등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개별 접수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대기 시간 단축과 진료 동선을 단순화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하게 된다.
그 외에도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들의 친절교육, 모바일 접수와 빠른 수납을 위한 키오스크 도입 등 환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병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철 이사장은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철 이사장은 “새로운 변화, 즉 AI와 빅데이터·로봇 등이 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건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료 정책과 제도의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하라고 구성원들에게 항상 주문한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