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마음속 마스크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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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이달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집 밖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다시 감염될까 무서워서 마스크를 고수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얼굴 보여 주는 것이 어색하고 싫다”는 게 이유였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편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4·5·6학년 3년 동안 꼬박 코로나 그늘 아래서 지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2020년과 2021년엔 학교 수업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등교 수업 때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친구들과의 대화는 ‘금지’였다.

마스크를 쉽게 벗지 못하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바뀐 지 한 달쯤 지났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실내에서도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여전히 추운 날씨 탓도 있겠지만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다수다.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이미 감염된 셈이니, 감염의 불안도 크겠지만 익숙해진 마스크와 분리되는 데 대한 불안도 커 보인다.

벗기 어려운 것은 얼굴에 쓴 마스크만이 아니다. 우울하고 무력한 감정인 ‘마음속 마스크’는 더 벗기 어렵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초등학생 4명 중 1명은 정신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과 사회적 활동 부족 등으로 아이들의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학업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성인 정신건강 심층보고서’를 보면 코로나 유행 후 우울감 경험률은 30세 이상의 남녀 모두에서 증가했다. 특히 우울장애 유병률은 남자, 30대, 낮은 교육 수준의 경우 더 악화했다. 이러한 결과는 보건복지부의 2022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 우울위험군은 16.9%로, 2019년의 5배가 넘는 수치였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24.2%로 가장 높았고, 40대(17.0%), 50대(16.0%), 20대(14.3%), 60대(13.0%) 순이었다.

연령대별 결과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소득이 감소한 집단의 우울위험군이 높았다는 점이다. 소득이 감소한 집단의 우울위험군은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집단에 비해 2배 가까이 더 높았다. 경제적인 문제와 정신건강과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준 것이다. 또 1인 가구의 우울위험군은 2인 이상의 가구에 비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는 사회적 취약 계층을 더 파고든 셈이다.

‘더’ 취약한 계층은 코로나 블루를 넘어 삶 자체를 위협받기도 했다. 책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미류·서보경 등 지음)에서는 머물 집이 없는 노숙자, 활동지원 서비스가 끊긴 장애인, 배달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해고자, 돌봄 노동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코로나로 인해 더 극명하게 드러난 한국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여 준다. 책의 추천사를 쓴 김지혜 작가의 글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생명을 잃을 때, 나는 누구를 염려하고 무엇을 걱정하며 혹은 누구를 비난하고 위험을 방관하며 그 시간을 보냈는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 봐야 할 시점이다. 모두의 마음속 마스크까지 벗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면서.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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