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지출 27%는 세금·이자 비용 ‘역대 최고’(종합)
월 평균 비소비지출 95만 1000원
1년 전보다 8% 늘어, 비중도 증가세
가구당 부채는 8652만 원
금리 인상 여파 19년 만에 감소
지난해 가계지출의 27%가량은 세금이나 이자 지출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지출 비중은 통계 작성 기준이 변경된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구당 부채는 8652만 원으로 1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상승 영향으로 전체 빚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은 반면, 1인 가구 등의 영향으로 가구 수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95만 1000원으로 1년 전보다 8.0% 증가했다.
전체 가계지출(359만 1000원) 대비 비소비지출 비중은 26.5%로 전년(26.1%)보다 0.4%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1인 가구 포함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연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비소비지출 비중은 2017년까지만 해도 22.9%에 그쳤으나 2018년 23.7%, 2019년 26.2%, 2020년 25.9%, 2021년 26.1% 등으로 올랐다.
비소비지출은 가계가 지출하는 비용 가운데 세금이나 이자 지출 등을 포함한 경직성 비용을 뜻한다. 비소비지출이 늘수록 개인이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전체 소득-비소비지출)은 줄어들게 된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이자비용(9만 9000원)이 1년 전보다 15.3% 급증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비롯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세와 재산세, 자동차세 등이 포함된 경상조세(21만 2000원)가 10.6% 증가해 뒤를 이었다. 이외 사회보험료가 8.0%, 연금기여금이 5.2% 각각 증가했다. 다만 자산 거래가 둔화한 영향으로 부동산 취·등록세나 양도소득세가 포함된 비경상조세 지출은 전년 대비 31.9% 감소했다. 도시에 거주하며 가구주가 근로자인 도시 근로자 가구의 경우 가계지출 대비 비소비지출 비중이 29.1%에 달해 전체 가구보다 더 높았다. 이자비용이 증가한 것은 물론, 물가 상승과 함께 소득세 등 부담이 함께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의 세금·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가구당 빚은 19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7조 원으로 전년 말(1863조 원)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는 2158만 가구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을 전체 가구수로 나눈 가구당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8652만 원으로 전년 말(8755만 원) 대비 1.17% 감소했다.
연말 기준 가구당 부채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2년 3076만 원에서 2003년 3059만 원으로 0.56%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이후 2003년부터 2021년까지는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가구당 부채가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구당 빚이 감소한 것은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2022년 말 1757조 원에서 지난해 말 1749조 원으로 0.46% 감소했다. 반면 전국 가구수는 2021년 2128만 가구에서 2022년 2158만 가구로 1.4% 증가했다.
즉 가구수 증가 속도에 비해 가계대출을 포함한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낮아 가구당 빚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반면 인구 1인당 빚은 2021년 말 3600만 원에서 2022년 말 3616만 원으로 0.4% 증가했다.
최근의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든 만큼 가구당 빚은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3조 4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 6000억 원 줄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