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이려… 데이트 비용 지원하는 지자체
사하구 ‘선남선녀 만남데이’ 검토
김제 ‘오작교’ 하동 ‘맞썸다방’도
역대 최저 출산율 타개 고육책
합계출산율이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저출생 위기가 심화하자 일선 지자체가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중매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연애하기 수월한 환경을 만들어 결혼, 출산 등으로 유인하겠다는 목적인데, 전문가는 결혼이 출산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사하구청은 최근 ‘선남선녀 만남데이’ 사업 검토에 나섰다고 27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24년부터 사하구 남녀에게 만남 기회를 제공하고 데이트나 결혼식 등 연애·결혼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청은 다른 지자체 사례, 예산 지원 가능 여부, 지원 규모 등을 검토한 뒤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사하구청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결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연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사하구의 합계출산율은 0.73으로 부산 평균 합계출산율인 0.72명보다 다소 높았다. 전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2018년 1명 미만으로 떨어진 뒤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자체의 ‘중매 정책’은 출산 축하지원금을 지급하는 식으로는 더이상 출산율 상향을 기대하기 어렵고, 출산의 전 단계인 연애와 결혼부터 지원해 보자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일각에서는 실제 결혼 성사까지 추적이 어렵거나 예산 투입 적정성 여부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전북 김제시도 2021년부터 ‘지평선 오작교 프로젝트 프랜썸-DAY’를 연 2회 추진해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고, 서울 서초구에서도 수년 전 유사한 사업이 진행됐다.
남녀가 서로의 성향에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활용한 매칭 플랫폼을 내놓은 지자체도 있다. 경남 하동군청은 지난해 7월 출시한 인공지능 기반 미혼 남녀 연계 플랫폼인 ‘AI 맞썸다(多)방’의 2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309명이라고 밝혔다. 하동군청 관계자는 “지금껏 추천된 이성에게 교제를 요청한 횟수는 92회이고 만남까지 성사된 사례는 12회다”며 “현재로서는 플랫폼과 연계한 추가 사업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미혼 남녀 만남 추진 사업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신혼부부가 많기 때문에 출산은 또 다른 선택이라는 점을 유념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