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비수도권이 더 낸다… 지역별 차등제 도입해야”
정부 산하 한국환경연 보고서
부산 전력 자급률, 서울보다 31배↑
비수도권이 수도권 송전비 등 부담
단일요금 탓 ‘과다 지불’ 상황
영남권 요금 인하 등 차등 필요
지역 경제 파급 부수효과도 기대
송전탑 건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 등 영남권에 집중된 발전시설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부산일보 2022년 12월 20일 자 10면 등 보도)하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전기요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은 전국 단일요금 체제가 비수도권의 희생을 유발하는 제도라면서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이 2021년 말 발표한 ‘재생에너지 확산 이행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력자급률 등을 고려할 때 부산을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의 전기요금을 인하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연구원은 1992년 재단법인 한국환경기술개발원으로 출범한 국무총리 산하 정부 기구로 환경과 관련된 정책, 기술의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해당 연구에서 지난 10년간 지역별 발전량, 전력수요 변화량 등을 토대로 2030년 전력 자급률을 예측한 결과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5.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전력 자급률은 179.9%로 서울보다 31배가량 높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하면 비수도권은 132.6%의 전력 자급률을 보였지만 수도권의 경우 74.3%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현재 수도권, 제주권은 과소 지불, 비수도권은 과다 지불하는 상황을 반영해 현재보다 수도권은 0.34원/kWh, 제주는 6원/kWh 정도 더 지불해야 한다. 비수도권은 0.48원/kWh 수준의 경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송전시설 건립을 위한 비용 상승 등으로 단일요금 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예측한 2030년 총 송전 요금은 약 4조 7000억 원 수준이었다. 2009년 3조 300억 원, 2013년 3조 4700억 원보다 증가했다. 비수도권 발전소에서 만들어 낸 전기를 수도권으로 전달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나지만 이를 똑같이 분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들의 주요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의 지역 균등화 전력요금 체계는 수도권 소비자를 위해 비수도권 발전소 지역의 주민들이 송전시설 건설과 송전손실 비용까지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동남부 특정 지역에 발전시설이 집중되는 현상을 유지, 강화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원전 등 발전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인하 정책 등이 시행되지만 혜택은 매우 적은 수준이다. 고리원전 5km 이내에 거주하는 기장군 장안읍, 일광읍 주민 등 9600여 가구에는 매월 가구당 최대 1만 7000원 수준의 전기요금이 차감된다. 하지만 고리원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km 이내에 위치한 해운대구 주민은 지원을 받지 않는다. 약 155만 가구가 거주하는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면 전기요금 지원 혜택을 받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전력요금 인하 시 긍정적 효과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전기요금이 낮아지면 영남권, 충청권, 전라권, 강원권 등에서 산업 부문 수요가 증가한다. 영남권에서는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효과로 농업, 광공업, 서비스업 등 3조 112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취업자 수도 2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분산형 에너지 등 미래 에너지 산업 측면에서도 요금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한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구 공동 저자를 맡은 임동순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남처럼 발전시설이 밀집된 곳에서는 송전시설이 지역발전의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상적 차원에서 요금제도 차등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합리적인 전기요금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