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이 돌아왔다”…고진영, LPGA HSBC 월드챔피언십 2연패
부상 터널 뚫고 14승 고지…‘뜨거운 눈물’ 왈칵
한국 여자 골퍼 18개 대회 연속 무관도 탈출
고진영(28)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고진영은 지난 시즌 후반기 팔목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부진했던 아픔을 딛고 다시 한번 ‘세계 1위 도전’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고진영은 길고 길었던 부진의 터널을 스스로 떨치고 나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파72·6171m)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고진영은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의 성적을 적어 내며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27만 달러(약 3억 5000만 원)이다. 고진영은 지난해 이 대회 이후 1년 만에 L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르며 통산 14승 고지에 올랐다.
고진영은 2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다. 고진영은 1번 홀(파4)과 5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고진영과 같은 조에서 출발한 넬리 코르다(24·미국)는 3번 홀(파4)·4번 홀(파3)·5번 홀(파5)에서 3연속 버디를 낚으며 고진영을 1타 차로 추격했다. 고진영은 코르다의 추격에 당황하지 않았다. 고진영은 8번 홀(파5)에서 날카로운 웨지 샷으로 버디를 추가하며 2타 차로 달아났다.
고진영은 11번 홀(파4)에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고진영은 퍼트에서 난조를 보이며 보기를 기록했다. 그 사이 타수를 차곡차곡 줄인 대니엘 강(30·미국)에게 다시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고진영은 13번 홀(파5)에서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다시 한번 달아났다. 이후 코르다와 대니엘 강의 샷은 흔들렸고, 고진영은 3타 차 선두로 앞서갔다.
싱가포르 센토사에는 경기 후반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며 한 시간가량 경기가 중단됐다. 16번 홀에서 경기 중이던 고진영은 코스 정비가 끝난 뒤에도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펼쳤다. 고진영은 16번 홀(파5)과 17번 홀(파3), 18번 홀(파4)을 모두 파로 막으며 우승을 확정했다. 고진영은 18번 홀 챔피언 퍼트를 마친 뒤 고개를 떨구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고진영은 올 시즌 세 번째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올 시즌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목 부상으로 고전하며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주 열린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공동 6위에 오르며 7개월 만에 LPGA 투어 톱 10에 복귀했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LPGA 투어 18개 대회 연속으로 이어진 한국 선수들의 무관 행진도 끊었다. 한국 선수의 마지막 우승은 지난해 6월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당시 전인지(29)의 우승이었다. 이는 2007년 7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이어졌던 27개 대회 연속 무승 이후 15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고진영은 이날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의 하락세를 끊는 계기도 마련했다.
한편, 함께 출전한 김효주(27)는 11언더파·277타를 쳐 공동 8위에 올랐다. 지은희(36)는 공동 11위(9언더파·279타), 김아림(27)은 공동 14위(8언더파·280타)에 올랐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