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에 지리산 또 ‘들썩’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실상 승인에지리산도 ‘관심’
박완수 경남도지사,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 의지 밝혀
30년 넘게 사업 제안한 전남 구례군도 재신청 준비
환경단체 “국립공원 파괴… 시민사회와 함께 대응”
환경부가 지난달 27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조건부 허가’하면서 산청과 함양 등 지리산권 지자체들이 들썩이고 있다. 이번 허가를 계기로 3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었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면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난개발 우려를 제기하며 1인 시위 등을 계획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경남도와 산청군, 함양군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지리산 장터목~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를 잇는 10.5km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환경성과 공익성이 떨어진다며 모두 반려했다. 환경단체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사실상 승인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립공원과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 5중 보호를 받는 설악산이 뚫리면서 굳건했던 지리산 빗장도 충분히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수년 전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다시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도지사는 이날 “환경에 관심이 많은 그리스나 스위스 같은 나라도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한 만큼 환경 파괴로만 볼 수 없다”며 “환경 보존과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우가 많아 환경부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주재 전국 시도지사 회의에서도 케이블카 관련 논의가 많았다. 전남·전북도지사에도 제안했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며 “산청·함양 의견을 듣고 과거 자료 분석도 해서 중앙정부에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철(국민의힘.산청) 경남도의원은 오는 9일 시작되는 경남도의회 임시회에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대정부 건의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여론을 형성해 정부를 한층 더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1990년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을 처음 신청했던 전남 구례군 역시 재신청을 준비 중이다. 김순호 군수는 환경부가 지적한 환경성과 기술성, 합의성 문제를 보완했음에도 또 반려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리산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향후 30년 간 수천 명의 고용창출은 물론, 천문학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으로, 자연이나 야생동식물이 잘 보존돼 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장애인과 어린이, 노약자 등이 접근하기 쉬워지는 만큼, 수많은 이용객이 몰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현재 지리산권에는 진주환경운동연합과 지리산생명연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등 3개 단체가 케이블카 추진을 저지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을 통해 국립공원 난개발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지리산생명연대 관계자는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면적의 4%에 불과하다. 허파 역할을 하는 국립공원 파괴를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 시민사회와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