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 성장률 5% 안팎”… 국방 예산 전년보다 7.2% 증가
4일 정협·5일 전인대 등 ‘양회’
1994년 이래 최저 목표치 제시
우크라 전쟁 등 국제 정세 반영
미·중 경쟁 고려 군비 지출 늘려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 목표치를 199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경제 저성장 국면에도 미·중 경쟁과 양안관계 등을 고려해 국방 예산을 지난해 대비 7.2% 늘린 293조 원 규모로 설정했다.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가 5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다. 전인대는 시진핑 총서기 등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국무원을 대표해 전인대 1차회의 업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 목표치와 국방 예산 규모 등이 공개됐다.
리커창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2023년 중국 경제의 예상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를 종합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 5% 내외 △도시 새 일자리 수 1200만 개 이상 △도시조사기준 실업률 5.5% 내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 3% 내외 등이다. 리 총리는 주민 소득 증가가 경제성장률과 기본적으로 일치하도록 하고, 수출입을 질적으로 향상시켜 국제수지의 기본적인 균형을 이루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식량생산량을 1조 3000억 근(6억 5000만t) 이상 유지하고 단위 국내총생산당 에너지 소비와 주요 오염물질 배출량 계속 감소, 화석에너지 소비 통제를 통한 생태환경의 질 개선 계획도 올해 목표에 포함됐다.
이번 전인대에서 제시된 경제 성장률 목표치 5% 내외는 1994년 중국 정부가 그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래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목표치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목표치 발표를 생략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5.5% 안팎의 경제 성장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성장은 3.0%에 그쳤다. 올해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와 기저 효과 등을 고려해 경제 성장률 목표가 5.0% 이상 6.0% 미만 구간에서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 목표 달성 실패를 경험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비교적 보수적으로 올해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인대 연례회의에 보고된 올해 중국 예산안에서 국방비 지출은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1조 5537억 위안(약 293조 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2022년 전년 대비 국방예산 증액률인 7.1%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국방 예산 증액률을 전년보다 높여왔다. 2019년 7.5%를 기록한 후 2020년에 6.6%로 낮췄지만 2021년 6.8%, 2022년 7.1%로 잇따라 올렸다. 최근 중국의 국방예산은 GDP의 약 1.3%로 유지됐다.
중국은 미·중 경쟁의 격화와 더불어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양안관계 또한 악화된 점, 일본이 적국 미사일 기지를 선제 공격할 수 있도록 국가방위전략을 변경한 점 등을 미뤄 국방예산 증액 폭을 지난해보다 올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리 총리는 “중국 정부는 대만과의 관계에 있어 평화적 발전을 이루고 중국의 ‘평화 통일’ 과정을 앞당겨야 한다”면서도 “대만 내 독립에 찬성하는 세력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2월 중국 국무원 총리 자리에 오른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를 마지막으로 ‘2기 10년’에 걸친 총리 임기를 사실상 마쳤다. 후임 총리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리창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유력하다. 지난 4일 열린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중국은 전 세계를 향해 대외 개방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협과 전인대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로 보통 ‘양회’로 불린다. 전인대는 중국의 ‘정기 국회’격에 해당하며 정협은 국정 자문기구로 볼 수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