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심도 공사 사고 재발 방지책 서둘러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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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없고 지하관리계획에도 누락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조속히 갖춰야

지난달 25일 대규모 토사 붕괴사고가 일어나 공사가 중단된 부산시 북구 만덕~해운대 센텀 도시고속화도로 건설사업의 대심도 터널 공사장 내 사고 지점. 부산일보DB 지난달 25일 대규모 토사 붕괴사고가 일어나 공사가 중단된 부산시 북구 만덕~해운대 센텀 도시고속화도로 건설사업의 대심도 터널 공사장 내 사고 지점.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지난 3일 북구 만덕~해운대 센텀 도시고속화도로 대심도 터널 공사장의 대규모 토사 붕괴사고와 관련해 대책을 발표했으나 사후약방문식 미봉책에 그칠 전망이다. 이날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25일 발생한 대심도 붕괴사고의 늑장 대응을 사과하며 사고 원인 분석과 안전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행정당국이 당연히 취해야 할 후속 조치일 뿐인 데다 대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아닌 것이다. 향후 부산과 전국에서 대심도 건설사업이 늘어날 예정인 만큼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대심도 공사장 사고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재난 관리 매뉴얼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이는 대심도가 2019년 부산에서 지하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전국 처음으로 시작된 사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심도 공사장은 사용 중인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존 도로와 교량의 관리 매뉴얼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붕괴사고가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매뉴얼에 따른 조치는 더욱 어렵다고 한다. 대심도는 도심의 지하 30~60m에 건설돼 공사 때는 물론 완공 이후에도 땅 꺼짐 같은 사고에 취약하다. 사고가 나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심도에 맞는 별도의 안전·재난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이번 사고로 내년 말 준공을 앞둔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고 원인 및 붕괴 규모 파악을 위한 공사 중단과 보강 공사 때문이다. 또 대심도 관련 매뉴얼이 없었던 바람에 사전 지질조사가 미흡해 뒤늦게 발견된 연약지반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남은 지하 굴착 예정 구간에 대한 철저한 지질조사도 요구된다. 차질 없는 대심도 공사를 위해서라도 안전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마침 부산시의회가 7일 붕괴사고 관련 임시회를 연다. 부산시와 건설회사를 질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 매뉴얼 작성 등의 내용을 담은 대심도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부산에는 사상~해운대 구간에도 도심 지역의 지하를 관통하는 도시고속화도로 건설사업이 예정돼 있다. 그런데도 2018년 시행된 지하안전특별법에 따라 부산시가 수립한 ‘2023 지하안전관리계획’에는 대심도와 공사장 안전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지하도로로 바꾸는 대심도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처럼 대심도의 사고 예방책이 없는 상태에서는 대심도를 이용할 운전자나 주변에 사는 국민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심도 공사장과 완공 시설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게 철두철미한 사고 방지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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