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세계바다 생태보호 역사적 합의 도출
심해저 지속가능 협정안 체결
공해 보호 위한 첫 다자조약
환경 위기 선제적 대응 기대
유엔이 전 세계 바다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해에서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국제해양조약 제정에 합의했다.
외교부와 해양수산부는 ‘공해 및 심해저 등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BBNJ, 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을 위한 협정안’이 지난 4일 오후 9시 3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체결됐다고 5일 밝혔다.
이 협정은 바다 표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해 지역의 환경과 해양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한 최초의 지구적 다자조약이다. 1982년 유엔 해양법협약의 세 번째 이행 협정으로, 1994년 심해저협정, 1995년 공해어업협정에 이어 약 30년 만에 마련됐다.
공해는 통상 각국 해안에서 200해리(약 370km) 밖에 있는 해역으로, 국가 관할권이 없다. 지구 전체 바다의 64%를 차지하지만 1.2%만이 기후 변화, 남획, 자원 난개발로부터 공식적 보호를 받고 있다.
협정을 통해 각국은 공해와 심해저에 해양보호구역 등 해양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보존·보호구역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공해와 심해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해와 심해저에서 채집한 해양 유전자원과 여기서 얻은 디지털 염기서열정보 등 생명공학정보의 이용 내역을 공유하고, 상업적으로 활용할 때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체계도 수립한다. 지속 가능한 해양기술 개발과 공해 보호 등을 위한 특별 기금도 조성할 예정이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해양기술 이전 방법과 유형을 논의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과학기술기구 등 협정 기구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협정안 체결은 2004년 개방형 실무 작업반 설치를 시작으로 약 20년 동안 이어진 논의의 결과다. 작업반 회의에 따라 국제조약이 필요하다고 보고 2015년 BBNJ 준비위원회가 설립됐고, 2018년부터 정부간회의가 시작돼 지난달 제5차 정부간회의가 속개됐다. 우리나라는 외교부, 해양수산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인사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을 파견해 협상에 참여했다.
협정안은 문안 정비 작업을 거쳐 유엔의 6개 공식 언어로 번역된 뒤 정부간회의 속개 회의에서 공식 채택된다. 정부는 서명과 비준 절차를 추진하면서 필요한 국내 입법을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협정안이 정식 채택돼 발효되면 공해와 심해저 관리가 미흡한 상태를 보완하고 지구 환경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범적 기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캠페이너 로라 멜러는 성명을 내고 “환경보존에 역사적인 날”, “분열된 세계에서 자연과 인간을 보호하는 게 지정학을 압도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한편 이번 협정안 체결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은 해양생태계 악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해양유전자원에서 나오는 이익 분배나 국제 규제 등 시정을 위한 방법을 두고 의견 차를 보였다. 각국은 수차례 심야 협상을 통해 협정안을 조율했고, 3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예정 시한을 하루 넘겨 합의안을 도출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