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통 속도 못 따라가는 수산물 방사능 검사" 대책 없는 해수부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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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코앞

검사 속도보다 유통이 더 빨라
시료 확보 2~3일 뒤에야 결과
새벽 출하 부산 위판장 특히 비상
전문가 “간이검사로 속도 높여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방사능 농도 검사 전처리를 위해 위판장에서 확보한 생선 시료를 자르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방사능 농도 검사 전처리를 위해 위판장에서 확보한 생선 시료를 자르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수산물 검사에서 방사능 검출이 확인됐을 땐 이미 수산물이 식탁에 올라간 뒤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물 검사 속도가 유통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탓이다. 수산업계 우려에도 관계당국은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5일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의 양식장, 위·공판장, 원양산 냉동창고 등을 대상으로 방사능을 포함한 188개 항목의 수산물 안전성 검사를 진행 중이다. 해수부는 현재 기술로 3시간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냉동창고와 양식장에 비해 출하 속도가 빠른 위판장의 경우 부적합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엔 이미 중도매인들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된 뒤라는 점이다. 위판장은 새벽에 유통이 다 이뤄지는데, 수산물 검사는 시료 확보부터 검사 결과 도출까지 빨라도 2~3일은 걸리기 때문이다.

유통되기 전 생산 단계의 국내 연근해 수산물에 대한 수산물 안전성 검사는 각 지자체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수행한다. 부적합 수치가 나오면 지자체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를 통보하고 유통과 출하 금지 명령을 내리게 된다.

지자체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관할 지역 내 양식장, 위·공판장, 원양산 냉동창고를 돌아다니며 시료를 확보한다. 시료 수거에만 반나절 이상, 검사를 위해 시료를 처리하고 검사 장비를 확인하는 데 또다시 반나절이 걸린다. 검사 장비를 이용한 검사 결과는 3시간 만에 나오지만, 시료를 수거하고 각종 장비를 준비해 검사하기까지 하루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다.

위·공판장에선 양식장이나 원양산과 달리 통상 조업한 그날 새벽에 원물(가공되지 않은 생선)이 경매를 마치고 전국 각지로 유통된다. 원물은 몇 시간만 지나도 신선도가 떨어져 생선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는 이미 식탁에 생선이 올라간 뒤일 가능성이 크다.

전국 연근해 수산물의 30%가 유통되는 부산 지역의 검사를 수행하는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 관계자는 “하루 평균 10곳을 방문해 어종별 시료를 확보하는 데 하루가 다 소진되고, 이를 검사용으로 전처리하고 기기를 분석하는 데는 하루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도 “지역 관할 현장의 검사 건수에 따라 빠르면 5시간 내외가 될 수 있지만, 변동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검사 결과는 더 늦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관련 검사는 12일 내로만 완료하면 된다. 해수부는 수산물 검사 결과 방사능이 검출됐을 때 이미 전국으로 유통된 수산물의 수거 방법에 대해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간이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경대 심길보(수산식품공학과) 교수는 “먼저 간단한 검사를 통해 이상 징후를 빠르게 확인하는 ‘스크리닝’을 거치고, 이상이 발견되면 출하를 멈춘 상태에서 정밀 검사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관계기관들과 협조해 수산물 검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전국 연안해역에서 해양 방사능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해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조업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수산물안전과 관계자는 “현재 검사 시점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라며 “관계기관들과 협의해 현실적으로 빠르게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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