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프로젝트 대미 장식할 엑스포, 부산 발전 20년 앞당긴다” [부산엑스포 지지합니다]
[부산엑스포 지지합니다] 5. 서의택 동명문화학원 이사장
선견지명 갖춘 도시계획전문가
부산 살릴 절실한 과제 두 가지
신항만·신공항 추진 줄곧 주장
북항 친수공원 아이디어 내고
철길 걷어 내 도심과 연결 강조
엑스포는 마침표 찍을 이벤트
도시계획 전문가인 서의택 동명문화학원 이사장은 지금의 부산을 낳은 산파 중 한 사람이다. 도시계획이라는 분야도, 전공자도 드물던 1980년대에 서 이사장이 그린 그림이 부산항 신항이 되고, 거가대교가 됐다.
1990년대 초 부산시에 가덕신공항을 제안한 장본인도 서 이사장이다. 부산대 교수 시절 당시 부산상공회의소의 제안을 받아 발표한 신공항은 특별법 제정으로 착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는 “부산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절실한 두 가지가 신공항과 신항만이라고 강조했다”며 “신항만은 현실이 됐지만, 신공항은 과연 내가 살아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부산을 설계한 노학자는 2030월드엑스포를 반드시 부산이 유치해야 할 이유로 ‘20년론’을 꼽는다. 그는 “통상 학자들은 엑스포 개최 도시는 10년 발전을 앞당긴다고 한다. 이는 대전과 전남 여수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인정 엑스포의 효과가 그 정도였으니 등록 엑스포는 부산의 발전을 최소 20년 이상 앞당기는 큰 성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이사장이 ‘20년론’을 꺼낸 건 통상 도시계획이 20년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부산과 경남 거제시를 잇는 거가대교 역시 서 이사장이 1991년 제안한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그는 “당시 거제 군수가 찾아와 ‘거제 개발 계획을 세워 달라’고 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바다 위로 그은 선이 현재의 다리가 되고 해저터널이 됐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서 이사장의 말은 월드엑스포 유치는 그간 부산시가 지지부진하게 그려 온 청사진을 한순간에 현실로 바꿀 ‘마법의 열쇠’라는 뜻이기도 하다.
북항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국내에는 생소한 개념이던 ‘워터프런트(친수공간)’를 도입한 이도 서 이사장이었다. 그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바닷가를 ‘냄새나고 창고 많은 곳’이라며 천시했다. 당시 외국에 나가 보니 워터프런트는 주말이면 사람이 붐비고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사랑받는 공간이었다”며 “부산의 낡은 인식도 곧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북항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그는 북항은 늘어나는 부산의 물동량을 감당하지 못하니 강서에 신항을 만들어 항구를 그리로 보내고, 철길을 걷어내 도심과 맞닿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서 이사장에게 월드엑스포는 북항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을 최종 이벤트다.
동구 초량동에서 나고 자란 서 이사장은 군 복무와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부산을 떠난 적이 없는 뼛속까지 부산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의 독주에 금쪽같은 고향이 서서히 몰락의 수순을 밟아 가는 게 못내 아쉽고 분하다. 젊은 시절 이국땅에서 배운 지식을 여한 없이 고향에 녹여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서 이사장은 “부산시를 넘어 정부와 재계까지 참전한 상황이니 유치에 성공한다면 부산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도장을 찍게 된다”고 자신했다.
그의 말처럼 만국 박람회인 월드엑스포는 올림픽과 월드컵만큼이나 치열한 각국의 경쟁 무대다. 당장 국가브랜드뿐 아니라 도시의 격 자체가 올라간다. 서 이사장은 “APEC 정상회담을 유치할 당시에도 냉소적인 시각이 팽배했지만, 정상회담을 치르기 전 부산의 위상과 치른 후의 부산의 위상에는 누가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나지 않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2030월드엑스포가 최종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APEC 정상회담으로 올라간 부산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올릴 기회가 찾아왔지만, 서 이사장은 시민들이 가덕신공항도, 북항도, 월드엑스포도 절실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늘 아쉽다.
서 이사장은 “대학도, 도시도 수도권에서 먼 곳부터 벚꽃처럼 지게 될 것이라고 다들 비웃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며 “망하는 길이 있다면 분명 이를 극복하는 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