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안전사고 또 날까 무서워” 지역민들 직접 나섰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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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들, 현장 방문 요청
지역 정치권 ‘시민 검증단’ 요구
“사고 구간 지반 상태 불안정”
서울 석촌지하차도 재현 우려도

전문가들은 부산 대심도 토사붕괴 사고가 싱크홀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14년 서울 석촌지하차도를 함몰시킨 싱크홀은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발표됐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부산 대심도 토사붕괴 사고가 싱크홀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14년 서울 석촌지하차도를 함몰시킨 싱크홀은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발표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부산 동래구에서 발생한 대심도 토사붕괴 사고(부산일보 2일 자 1면 등 보도)이후 보강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동래구 주민들은 시공사에 현장방문을 요청하고 나섰고, 지역 정치권도 시민검증단 구성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동래구 낙민동아파트연합회는 최근 GS건설에 공사 현장방문을 요구했다. 낙민동 주민들로 구성된 아파트연합회 감시단은 이달 중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 안전 상태 등 살피기 위해 GS건설과 일정을 조율 중이다.

낙민동아파트연합회 관계자는 “주민들이 최근 대심도 공사와 관련해 안전 우려가 크고, 눈으로 직접 현장 상태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 GS건설에 현장 방문을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부산시는 도시구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굴착 공사 시 지반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의 안전대책을 내놨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추가 사고 발생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정치권에서도 대심도 붕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 대책을 보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동래구지역위원회는 동래구 일대에 현수막을 내걸고 대심도 사고 관련 대응이 늦어진 점에 대해 박형준 부산시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하 깊숙한 곳에서 이뤄지는 공사의 특성상 주민들이 공사관련 소식을 접하기 어렵다면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시민검증단 구성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현 동래구지역위원장은 “토사 붕괴 사고가 주민들에게 바로 알려지지 않았고, 부산시의 늑장 대응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다”면서 “지역 주민과 토목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민검증단을 구성해 대심도 공사가 안전하게 이뤄지는지 면밀히 살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심도 토사붕괴 사고가 자칫 싱크홀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당장 인명피해,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연약 지반이 발견된 이상 추가 공사 과정에서 얼마든지 이와 유사한 붕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경우 2014년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아래에서 폭 2.5m 깊이 5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당시 서울시가 전문가 조사단을 구성해 원인을 조사한 결과 지하철 9호선 건설을 위한 터널 공사가 싱크홀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후 전문가 조사단은 석촌지하차도 중심부에서 폭 5∼8m, 깊이 4∼5m 규모의 싱크홀을 추가로 발견했다.

당시 조사단 단장을 맡은 가톨릭관동대학교 박창근 토목공학과 교수는 “터널 공사의 여파로 버스, 승용차가 다니는 지하차도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엄청난 참사가 날 뻔했다”면서 “부산 대심도 공사의 경우에도 실제 현장이 어느 정도로 위험한 상황인지 알 수 없는만큼 피해가 없었다고 안심할게 아니라 경각심을 갖고 면밀하게 살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보고에서도 대심도 공사 현장의 지반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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